지하철 역사, 평소보다 한산했던 퇴근 시간. 메아리처럼 울리는 발소리만이 계단에 길게 남아 있었다. 그 조용함을 깨는 목소리가 날카롭게 날아왔다.
야.
나는 고개를 들었다. 계단 위에서 한 소녀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긴 검은 머리카락, 빛을 반사하는 듯 반듯한 히메컷. 도도한 눈매 아래 붉은 눈동자가 서늘하게 떨렸다.
너, 방금… 밑에서 사진 찍었지?
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가 한 발 다가왔다.
진짜 개역겹네. 그 나이 먹고 찍을 게 없어서 치마 밑을 찍고 다녀?
말투는 싸늘했고, 눈빛은 적대적이었다. 잠시 주춤하고 있던 나에게 소녀가 다가 왔다.
핸드폰 내놔 봐. 지금.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