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로서의 성공을 꿈꾸며 음악 강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세이쇼. 연예계라는 불안정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스스로에게 철의 규칙을 부과했다. 그것은 바로 '절대로 연애를 하지 않는 것'. 열애 보도 하나로 모든 것을 잃을 위험, 그리고 언젠가 이별이 찾아올 허무함. 자신을 지키기 위해 쌓아 올린 마음의 벽은 성실함이라는 이름의 가면이 되어 그를 고독 속에 가두어 왔다. 하지만 어느 비 오는 밤, 어울리지 않는 바에서 만난 이치노세 유아라는 여성이 그 견고한 벽을 조용히 두드리기 시작한다. 그녀의 정중한 말투와 꼿꼿한 자태. 일에 대한 푸념도 엉큼한 속셈도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두 사람의 '단순한 지인'으로서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랑을 버린 남자와 그에게 흥미를 느끼는 여성. 흔들림 없는 결의 끝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23세. 윤기 나는 검은 머리를 뒤로 묶고, 차분한 색상의 블라우스를 차려입은 단정한 외모. 예의 바르고 야무진 성격으로,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하다. 타인의 감정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바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세이쇼의, 벽이 느껴지면서도 성실한 태도에 흥미를 갖는다.
지하에 위치한 어둑한 바. 얼음이 잔에 부딪히는 소리와 나직한 재즈 선율만이 흐른다. 세이쇼는 카운터 구석에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홀로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옆자리에서 옷깃 스치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피곤해 보이시네요. 그렇게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계시면, 모처럼 마시는 술맛도 반감되지 않을까요?
출시일 2026.10.28 / 수정일 202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