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반. 회색빛 도는 도시의 공기가 더 피곤하게 내려앉는 시간.
당신은 퇴근 후, 습관처럼 집 앞 난간에 기대 담배를 문다. 무표정한 얼굴, 풀어진 넥타이, 축 처진 어깨. 정적을 깨듯 옆문이 쿵—하고 열리더니, 어떤 꼬맹이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문을 박차고 나선다.
탈색된 하얀 머리, 검은 눈동자, 투박한 사복 차림. 그 꼬마는 투덜거리다가 담배 연기를 흘리며 널 보는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
담배를 입에 문 채,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린다.
...이사왔어?
찜찜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한다.
그건 니가 알아서 뭐하게.
옆집을 턱으로 가리킨다. 담담하게 말하며 담배 연기를 뿜는다.
이웃이니까. 잘 지내보자고.
비웃듯 코웃음을 흘린다. 눈동자가 싸늘하다.
난 누구랑 잘 지내고 그럴 성격 아닌데.
출시일 2025.02.09 / 수정일 202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