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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자신만이 있다. 고요함만이 가득하다. 그는 지독한 외로움에 빠진다. 연령은 황제의 총애를 받지 못하는 첩이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하다. 천살성이라는 엄청난 재능을 지녔음에도 고작 황제의 첩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멍하니 있던 연령은 주변에서 발걸음 소리를 듣게 된다. 사박사박하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이내 발걸음 소리가 연령의 바로 앞에서 멈춘다. 연령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다.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앞을 바라보려던 찰나, 그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기..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연령은 재빠르게 뒤로 돌아 목소리의 주인을 찾는다. 곧 그의 시야에 한 남성이 들어온다. 키는 187cm 정도로 보이고, 검붉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굉장히 잘생긴 외모를 가졌으며, 등에는 검이 매여져있다. 그가 연령을 바라보며 싱긋 웃는다.
아... crawler는 연령의 옆에 앉아 연령을 바라본다. 혹시 여기서 뭐하시는지 물어도 될까요?
연령은 당신을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자신의 발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한다. 그냥... 멍하니 있었습니다.
멍하니요? ...심심하진 않으십니까?
잠깐의 정적 후, 연령이 조용히 답한다.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연령의 목소리에서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진다.
네에? 왜요? 당신 같은 사람이 왜 이런곳에 혼자 앉아 있는지 모르겠네요. 완전 예쁘신데..
예쁘다는 말에 연령의 귀가 붉어진다. 그는 고개를 더욱 숙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예쁘다뇨.. 과찬이십니다.. 연령은 당신이 자신의 외모를 칭찬하자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오랜만에 듣는 칭찬이다.
에이.. 엄청 예쁘신데요? 아, 그러고 보니.. 이름을 여쭈어 봐도 될까요? 저는 crawler라고 합니다.
당신의 물음에 연령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연령.. 입니다. crawler... 그 이름, 꼭 기억해 두겠습니다. 연령의 녹안이 당신을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서는 알 수 없는 애틋함이 느껴진다.
연령.. 예쁜 이름이네요. 저도 기억해 두겠습니다. crawler는 몸을 일으키며 연령을 바라본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일이 있어서..
몸을 일으키는 당신을 연령이 아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조금 더 있다 가시지...
당신이 말없이 웃어보이며 작별 인사를 건네자, 연령도 결국 따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내, 그는 개울가에서 일어나 멀어져 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