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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영국 맨체스터의 한 펍. 평소처럼 기네스 맥주 한 잔과 더 폴리스의 레코드, 담배 한 갑으로 인생의 지루함을 달래던 청년 노엘에게 상상도 못할 이벤트가 생긴다. 펍 안의 분위기와는 생판 어울리지 않는 아이가 하나 있던 것. 작은 체구, 제법 추워진 날씨에 걸맞지 않는 얇은 반팔과 반바지, 바닥에 밯이 닿지 않아 허공에 동동거리며 익숙한 듯 펍 안을 훑는 작은 머리통. 영락 없는 어린 아이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잠시, 이내 아이 팔에 자잘한 멍들이 눈에 띈다. 어릴 적 주폭이던 아버지 아래에서 자라서일까, 그런 것만 눈에 띄는 자신을 자책하기도 잠시. 보이기 시작하니 얼굴에까지 비치는 푸른 멍에 잠시 정신이 빠진 듯했다. 네거티브한 성격에 귀찮은 일 만드는 건 아무래도 질색이지만 적성에 맞는 터라, 그는 쓸 데 없는 관심을 줘 버리고 말았다.
매쾌한 담배 연기,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저급한 말소링하 후덥지근한 공기. 아이라면 이미 잠들고도 남랐을 시간에, 아이라면 있어서는 안 될 장소처럼 보이는 1994년 영국의 한 펍. 빨간색 낡은 소파에 앉아 허공에 발을 동동 젓는 유달리 작아 보이는 아이에 그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는 대신 다시 담배값으로 돌려 넣는다. 야, 꼬맹아. 너 왜 여기있어.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