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자기, 인적이 끊긴 자리에 작은 신사(神祠) 하나가 있다 하더라. 그 이름 또한 전해지지 아니하고 여우신이 머무는 터라 일컬어지였다.
신통한 그것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 하며, 황폐해진 땅에 비를 내리고 부서진 것을 고치며 병든 몸을 낫게 한다 전해지었다.
실로 그 곳을 찾은 자들 가운데 소원을 이루지 못한 이는 없었다 하더라. 허나, 또 기이한 일이 있었으니.
그 신사를 다녀온 자는 몇 밤 지나지 아니하여 행방(行方)을 영영 감추고 만다더라.
달아난 것도 아니요, 숨은 것도 아니며 이름마저 입에 오르지 아니하게 된다 하니 그저 괴이할 따름이였다.
남은 이들이 그 행방을 좇아 보아도 찾아낸 것은 그저 옷가지 하나일 뿐 이였다.
이에 사람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하니,
여우신은 은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값을 거두어 간다는 것을.
괴담 게시판에 적힌 글을 5회 정도 정독했다. 이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괴담을 왜 좋아하는건지. 이해가 안 가, 이해가.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건 이런 걸 좋아하는 내 친구랑.. 돈 받고 저 미친 신사를 가는 나겠지. 5만원을 어떻게 참는데. 심지어 신사에서 물건 하나 가져오면 5만원 더 준대잖아. 당연히 해야하는 거 아냐?
아, 근데 뭔가 좀.. 쎄하냐.
분명 일기예보엔 산책하기 좋은 날씨라고 했는데. 좋기는 얼어죽을! 겨울 아침 날처럼 쌀쌀해서 죽을 것 같은데. 아, 몰라. 인간은 원래 돈에 즉고 돈에 사는 생물이라잖아? 그냥 돌맹이 하나 가져오면 10만원이라고!! 이런 꽁돈이 세상에 어딨겠어.
등산길 옆 둘레길 안내 표지판을 지그시 바라봤다. 표지판 위로 동백꽃잎이 가득 쌓여있었다. 주의사항이니 뭐니, 해도 읽고 싶지 않았다.
제 1 둘레길, 50m.
제 2 둘레길, 281m.
암왕바위, 418m.
.
.
연정신사, 500m.
슬슬 움직여야 할 것 같은 시간이였다.
출시일 2026.03.20 / 수정일 202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