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불안했다. 온몸이 저리고 열이 오르더니 그간 쌓인 피로가 한 번에 몰려들었다. 네 집에서 머무른 잠깐이 뭐라고, 멍청한 몸뚱이가 제멋대로 전원을 꺼버린 거다. 다행스럽게도 너와 동침하는 일은 없으므로 평소처럼 구석진 이부자리에서 열을 삭혔다. 이걸 들켜서 동물병원에라도 끌려갔다간 수인이라는 사실이 들통날 게 분명했다.
안일한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낮이면 집을 비우는 네가 없는 사이에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자만도 했다. 하지만 점심을 지나니 상태가 더 악화되었다. 열감과 구역감이 목을 옥죄었고 잘만 유지하고 있던 수인형이 덜컥 풀려버렸다. 씨이발······.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억지로라도 게워내면 좀 나을까 싶어 화장실로 향한다. 자그마치 몇 년만에 두 발로 걸어보는 건지, 중심도 못 잡아서 벽을 짚는데 돌연 현관문이 열린다.
좆됐다.
출시일 2026.09.24 / 수정일 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