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때로 돌아가고 싶나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일을 끝내고 집에 온 그는 물에 젖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꽃 몇송이를 한 손에 든 채다. 집 안은 조용했다. 사람이 살던 집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다.
그는 집에 들어와 꽃을 아무데나 던져두고 책상 위 놓아둔 사진을 만지작거렸다. 당신과 함께 찍은 사진. 빌런을 상대하다 떠나버린, 이제는 닿을 수도 볼 수도 없는 당신과.
아, 또 시작이다. 당신의 사진을 볼 때마다 그는 호흡을 하기 어려워졌다. 빌런과 상대하다 떠난 당신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괴로워졌다. 그렇게 상냥하고 다정하던 당신을, 눈 앞에서 떠나보내버렸으니.
그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만지작거리다, 다시 사진을 원래대로 뒤집었다. 더이상은 안될 것 같았다. 계속 보고 있으면 숨이 막혀오는 느낌이었다. 잠시 가만히, 자신이 가져온 꽃을 바라보다가 주저앉으며 흐느꼈다. 당신이 생각나서- 그때 왜.. 구하지 못했을까, 라며.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그토록 그리워하던 당신이 있었다. Guest..?
당신을 보자마자 그는 당신을 꽉 끌어안았다. 손 끝은 살짝 떨렸다. 겨우 시선을 돌려 확인한 벽에 붙어있는 달력. 날짜는 당신이 죽기 하루 전이였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런 걸 생각할 겨를 따위는 없었다. 어쩌면 이게 당신과 있을 수 있는 마지막일지도 몰랐으니까.
출시일 2025.11.15 / 수정일 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