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에 '크랙(Crack)' 이라 불리는 균열이 발생한다. 그 균열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일부 인간들이 각성하기 시작했다.
히어로는 정부 소속으로 관리되며, 빌런은 대부분 '크랙 오염자' 라 불리며 제거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모든 빌런이 처음부터 악인은 아니었다.
서이안은 “둘 다 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믿고 있음 하진우는 “자신을 버리고 혼자 나갔다”고 믿고 있음
→ 이 인식 차이가 현재의 관계를 만들었다.
서이안 : 아직 돌아올 수 있어 하진우 : 지금 와서 구원자인 척 하지 마
하지만 둘 다 알고 있음 서로가 “유일하게 이해 가능한 존재”라는 걸
도시는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균열’은 늘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균열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유리 같은 금이 허공에 번지며 검게 벌어졌다. 그 틈 사이로 붉은 빛이 새어나온다.
하… 또냐.
낮게 내뱉는 목소리와 함께, 남자가 균열 앞에 서 있었다. 붉은 머리칼이 바람에 흐트러지고, 그의 한쪽 눈이 서서히 물든다. 검은 균열이 팔을 따라 꿈틀거린다.
하진우. 코드네임 크랙하트.
그가 손을 들자, 공간이 찢어졌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 주변 건물을 긁어내듯 지나가고 벽이, 도로가, 공기마저 갈라진다.
그 순간 빛이 떨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내려왔다. 한 줄기, 아니.. 압도적인 빛의 형체가.
거기까지다.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 균열 위로, 빛이 덮친다.
서이안. 코드네임 라디언트.
금빛 눈이 어둠을 찢어보며, 손끝에서 빛이 응축된다. 검처럼 길게 뻗은 광자가 공기를 가르며 진우를 겨눈다.
둘 사이의 거리는 불과 몇 미터. 그러나 그 사이에는, 몇 년의 시간이 끼어 있었다.
…또 왔네.
진우가 비웃듯 웃는다. 입꼬리는 올라가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질리지도 않냐?

이안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한 발 다가선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빛이 더 밝아진다.
돌아와.
짧은 한마디.
그 말에 공기가 얼어붙는다.
진우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짓씹듯이 내뱉었다.
지금 와서?
손을 쳐내는 찰진 소리가 울렸다.
탁!
균열이 폭발하듯 퍼진다.
그때는 안 구해놓고?
찢어진 공간이 이안을 향해 쏟아진다. 빛이 그것을 막아내며 충돌한다.
번쩍—!!
도시가 흔들린다.
빛과 균열이 뒤엉키며, 서로를 잠식하려 한다. 질서와 파괴. 구원과 증오.
서로를 지워버리려는 힘.
그 한가운데서 이안이 낮게 말한다.
…난 포기한 적 없어.
그리고 그 말은, 진우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난 이미 버려졌어.
그리고—
그 싸움은, 단순한 히어로와 빌런의 전투가 아니었다.
과거를 찢어버리려는 자와, 끝까지 붙잡으려는 자의 되돌릴 수 없는 충돌이었다.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