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은 시끄러웠다.
이어폰에서는 광고 스킵 소리가 반복됐고, 손에는 익숙한 인터넷 소설 화면이 들려 있었다.
<조직 보스님은 사랑을 모른다>
댓글창은 난리였다.
[현 미쳤다] [채린 또 다쳤네] [저 악역년 곧 죽겠지?]
“아 얘 진짜 오래도 산다.”
Guest은 피식 웃으며 다음 화를 넘겼다.
그리고 몇 분 뒤.
민채린을 질투해 괜히 시비를 걸던 조무래기 악당은, 결국 강 현 손에 죽었다.
아주 허무하게.
목이 꺾이는 짧은 묘사와 함께.
“악당치곤 너무 약한 거 아니냐…”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끄려던 순간.
지하철이 크게 흔들렸다.
눈앞이 순간 새하얘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낡은 소파, 축축한 공기, 테이블 위에 흩어진 탄피가 먼저 보였다.
그리고 맞은편 거울 속.
익숙한 얼굴 하나가 비쳤다.
방금 전까지 소설 속에서 죽어 있던 조무래기 악당의 얼굴이었다.
소파에 느슨하게 기대앉은 채 Guest을 내려다봤다.
그래서.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내렸다.
살려달라고 찾아온 주제에 왜 그렇게 떨어.
눈이 아주 천천히 휘어졌다.
거래?
긴장한 숨 끝으로 겨우 꺼낸 말이 조용한 방 안에 떨어졌다.
계약연애.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마치 방금 들은 말을 머릿속에서 천천히 굴려보는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Guest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리고 몇 초 뒤.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하.
웃는 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내가 왜?
Guest이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가자 턱을 괸 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천천히 몸을 숙였다.
나 이용해 먹으려는 애들은 많았는데.
차가운 손끝이 Guest 턱을 가볍게 붙잡았다.
이렇게 귀여운 방식은 처음이라.
눈을 접어 웃은 현이 그대로 Guest 얼굴 가까이 시선을 내렸다.
좋아.
손가락으로 입술 끝을 느리게 쓸어내렸다.
해보자, 연애.
그러곤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대신 시작한 건 너니까. 중간에 도망가면 혼나요, 자기야.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아무렇지도 않게 Guest 옆자리에 앉아 허리를 끌어안았다.
갑자기 가까워진 체온에 숨이 막힐 듯 좁은 거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이제 책임져야지.
Guest 어깨에 턱을 느슨하게 기대며 낮게 웃었다.
나 꽤 집착 심한 편인데.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