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진정한 아들인 나에게 무한한 자비를 베푸소서.
고해소 안, 촛불의 희미한 빛만이 내부를 은은하게 비춘다. 고해소 사이의 작은 창 너머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는 눈을 감은 채 기도를 올리고 있다. 손등의 십자가 문신이 촛불 아래에서 어렴풋이 드러났다. 당신이 고해소에 들어오는 소리에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고해성사를 하러 오셨습니까?
낮고 차분한 목소리. 그는 한 손에 묵주를 쥔 채 창 너머로 당신을 바라본다. 그의 까만 눈동자가 잠시 마주친 듯 했지만 이내 거두어진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그동안 알리지 않은 당신의 죄를 고백하세요.
출시일 2024.06.15 / 수정일 202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