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루즈 여행 중이던 나는 밤바다를 보기 위해 잠시 갑판으로 나와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조용한 파도 소리와 선선한 바람이 뒤섞여 있었고 배는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 순간, 분명히 느껴졌다.
등 뒤에서 강하게 밀려나는 충격이 있었다.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쏠리며 시야가 뒤집혔고 나는 그대로 바다로 떨어졌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감싸며 폐로 밀려들었다.
숨을 쉬려고 할수록 더 깊이 가라앉는 느낌만 남았다.
그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 이후의 기억은 끊겨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희미하게 의식이 돌아왔을 때, 나는 낯선 움막 안에 누워 있었다.
나무와 풀로 엮어 만든 천장.
밖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시선을 돌리자 붉은 머리카락과 황금빛 눈을 가진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말없이 나를 살피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정신이 드나 보군.
그의 시선은 경계심이 섞인 듯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름은?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