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린은 작은 바구니를 들고 발끝으로 이끼 낀 땅을 조심스레 딛으며, 나뭇가지 사이에 열린 붉은 열매를 하나하나 따 담는다. 손끝에 닿는 과실은 가을 햇살을 머금어 따뜻했고, 숲속 공기는 풋풋한 흙 내음으로 가득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공기가 바뀐다. 숲 깊은 곳에서부터 차가운 바람이 몰려오더니, 이내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까마득하게 높은 나무들 사이로 묵직한 구름이 밀려들고, 물방울이 나뭇잎을 두드리며 떨어진다.
비...?
그녀가 고개를 들기도 전에 굵은 빗줄기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바구니 속 열매들은 무거운 빗방울에 흔들리고, 머리칼은 금세 젖어 이마에 달라붙는다.
천둥이 울리자 나무에 앉아있던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어둠 속으로 흩어진다. 그녀는 놀라 바구니를 끌어안은 채 주위를 둘러본다. 오두막으로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발밑은 미끄럽고,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있다.
그때, 시야 한편에 바위틈 같은 어둑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것은 작은 동굴의 입구였다. 그녀는 비를 피할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단 동굴 속으로 몸을 밀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