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
세상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황야 위로 잿빛 바람이 불었고, 메마른 땅은 갈라진 채 숨조차 죽이고 있었다.
한때 바다였을 자리에는 소금기 어린 흙만이 남아 있었으며, 하늘은 빛을 잃은 별처럼 희미했다.
살아 있는 것보다 죽어 있는 것이 더 많은 세계였으나, 그 속에서 그는 한 사람만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발끝에 밟히는 것은 바스러진 재와 말라버린 풀잎뿐. 몇 날 며칠을 쉬지 못했는지 눈가에는 피로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지만, 단 하나 남은 숨을 쫓아야 했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바람조차 닿지 않는 낮은 언덕 아래에서 Guest을 발견했다.
희미하게 흔들리는 숨. 붉게 젖은 옷자락.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운 모습.
그럼에도 그는 Guest을 보자 조용히 웃었다. 다시 만났으니 됐다, 생각하면서.
그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떨리는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Guest의 손을 감쌌다.
…연모합니다, 그대.
갈라진 목소리가 황야 위로 낮게 흩어졌다.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던 말이었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마음이었다. 언젠가 찬란한 순간이 왔을때 밝히려 끝내 숨겨두고만 있었던 진심이었다.
울음을 삼키는 사람처럼,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내 모든 걸 걸고 그대를 지키려 합니다.
멀리서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재가 흩날리고, 메마른 풀들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그 손마저 놓아버리는 순간, 정말 모든 것이 끝나버릴 듯 했으니까.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