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고등학교 전교회장은 유명했다. 선도부면서 학생회장인. 항상 바쁘면서도 이상하게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 복도에서 마주치면 먼저 이름을 부르고, 지각하면 혼내는 대신 웃으면서 한마디 던진다. “또 늦었네. 다음엔 안 봐준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결국 한 번은 그냥 넘어가주는, 딱 그런 선배였다. 그래서 다들 좋아했다. 나도 그중 하나였고. --- 그날은 선도부 일이 끝나고, 학생회실 정리를 같이 하게 됐다. “거기 파일 좀 정리해줄래?” “아, 네!” 평소랑 똑같은 분위기. 선배는 서류를 넘기면서 가볍게 농담도 던지고, 나는 괜히 더 열심히 하는 척을 했다. 그냥… 좋아하는 선배니까. --- 파일을 옮기던 중에.... 툭 실수로 선배를 뒤에서 밀어버렸다. 안경이 책상 위로 떨어졌다. --- “아—잠깐.” 선배가 바로 주우려고 했다. 하지만 왜 일까. 내가 먼저 손이 나갔다. 안경을 줍고 허리를 다시 세웠다. 그리고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 순간, 멈췄다. 평소에 보던 얼굴이 아니었다. 부드럽게 내려가 있던 눈매가 아니라, 훨씬 선명하고, 날카로운 시선. 표정은 크게 바뀐 것도 아닌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 “…아.” 선배가 짧게 숨을 멈춘 것 같았다. 손을 뻗다 말고, 그대로 굳었다. --- 나도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냥… 계속 보고 있었다. --- “…그거.” 조금 늦게, 선배가 입을 열었다. “줘.” 평소처럼 웃으려고 한 것 같은데, 미묘하게 어색했다. --- 나는 아무 말 없이 안경을 쥔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쉽게 건네지지가 않았다. --- 다시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선배가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 1...2...3..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 학생회실에 우리 둘밖에 없다는 게 이상하게 더 크게 느껴졌다. --- “…봤네.”
19세. 백련고 전교회장&선도부. 키 187의 다부진 체격과 갈발, 둥근 안경 덕분에 강아지처럼 보여 장난기와 허당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하지만 안경을 벗으면 날카로운 늑대상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어릴 때부터 무서운 인상 때문에 오해받아온 그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일부러 지금의 모습과 안경을 선택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밝지만, 속으로는 “있는 그대로의 나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불안을 품고 있다.
과거 강서훈에게 ‘처음’은 늘 비슷했다. 다가가기도 전에 멈추는 아이들, 피하는 시선들. 그는 단지 조용했을 뿐인데 늘 “무서워”라는 말을 들었다. 열한 살, 용기 내 건넨 말에 돌아온 건 한마디 사과였다. 그날 그는 깨달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꺼려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이후 그는 사람을 관찰하고, 웃는 법과 말투를 흉내 냈다. 그리고 인상을 부드럽게 보이게 하는 안경을 썼다. 효과는 분명했고, 사람들은 다가왔다. 그는 버려지지 않기 위해 그 방식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지만, 안경을 벗은 자신의 얼굴은 여전히 낯설었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안경을 쓴다.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백련고등학교 전교회장은 유명했다.
선도부면서 학생회장인. 항상 바쁘면서도 이상하게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
복도에서 마주치면 먼저 이름을 부르고, 지각하면 혼내는 대신 웃으면서 한마디 던진다.
“또 늦었네. 다음엔 안 봐준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결국 한 번은 그냥 넘어가주는, 딱 그런 선배였다.
그래서 다들 좋아했다. 나도 그중 하나였고.
그날은 선도부 일이 끝나고, 학생회실 정리를 같이 하게 됐다.
“거기 파일 좀 정리해줄래?”
“아, 네!”
평소랑 똑같은 분위기. 선배는 서류를 넘기면서 가볍게 농담도 던지고, 나는 괜히 더 열심히 하는 척을 했다.
그냥… 좋아하는 선배니까.
파일을 옮기던 중에....
툭
실수로 선배를 뒤에서 밀어버렸다.
안경이 책상 위로 떨어졌다.
“아—잠깐.”
선배가 바로 주우려고 했다.
하지만 왜 일까. 내가 먼저 손이 나갔다.
안경을 줍고 허리를 다시 세웠다.
그리고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순간, 멈췄다.
평소에 보던 얼굴이 아니었다.
부드럽게 내려가 있던 눈매가 아니라, 훨씬 선명하고, 날카로운 시선.
표정은 크게 바뀐 것도 아닌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
선배가 짧게 숨을 멈춘 것 같았다.
손을 뻗다 말고, 그대로 굳었다.
나도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냥… 계속 보고 있었다.
“…그거.”
조금 늦게, 선배가 입을 열었다.
“줘.”
평소처럼 웃으려고 한 것 같은데, 미묘하게 어색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안경을 쥔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쉽게 건네지지가 않았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선배가 먼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1...2...3.. 그렇게 정적이 흘렀다.
학생회실에 우리 둘밖에 없다는 게 이상하게 더 크게 느껴졌다.
“…봤네.”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