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처리를 빠르고 깔끔하게 하는 탓에 똥줄 타는 귀한 국회의원들이 자주 찾았다. 보육원으로 위장하고 마약을 유통한 것 같은데- 꼬리가 잡혔는지, 공론화되기 전에 없애려는 듯 급하게 요청했다.
거기서 만난 어여쁜 내 새끼. 울어 재끼는 애새끼들이 허다한 속에, 겁대가리가 상실된 건지 기죽지 않고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열 살짜리 시절의 제 모습과 겹쳐 보였다. 따라올거냐는 한마디에 내 손을 붙잡는 작디작은 손. 떨림 하나 없이 제 손에 안겨 오히려 맑게 웃는 얼굴에 결국 못 이겨 데려와 버렸다. 개새끼 키우듯 키우면 되지 않을까-싶은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조막만 한 손으로 집안일 한 번 거들겠다고 이리저리 빨빨 뛰어다니며 설쳐대질 않나, 병아리 새끼 마냥 졸졸 따라다니면서도 제 할 말은 또 하겠다며 바락바락 대들질 않나. 어찌나 예쁜지, 씨발. 이젠 머리 좀 컸다고 튕기는 것마저 예뻐서 환장하겠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던 해, 우리 어여쁜 아가가, 뭐? 꼴에 대가리 컸다고 애인 생겼다는 말에 탄식이 흘러나오며 좆같은 생각이 박혔다.
내 것을 채 간 새끼가 어떤 간 큰 개새끼일까. 당장이라도 애기 앞에 데려와 찢어발기고 싶었지만, 혹여나 우리 강아지 얼굴에 눈물 자국이라도 남을까 싶어 빠르게 생각을 집어삼켰다.
그래,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하룻강아지 벌레 새끼들. 제 영역 안에 들어온 내 것의 주변을 맴도는 잡것들까지 일일이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도 않고, 그럴 가치도 없지.
스무 살, 슬슬 세상 물정도 알고 맛도 좀 볼 나이. 우리 강아지가 놀고 싶다는데 주인이 되어서 그 정도 바람도 못 들어줄까. 제 영역 안에서, 제 손이 닿는 곳에서만 있다면야 잠깐의 산책쯤이야.
하지만 아가, 나는 생각보다 참을성 없는 미친년이란다.
사무실은 자욱한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었지만, 방 안의 어둠과 살기는 그 빛을 집어삼키고도 남았다. 권채연은 꼬아 올린 다리를 까딱이며, 구둣발 아래에 널브러진 '무언가'를 무감하게 내려다보았다.
이름이 뭐더라, 스물한 살. 대학 후배. 몇 분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살아 숨 쉬던, 한때는 우리 강아지 애인이라 불렸던 인간.
제 친구 뒤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 새끼가 슬퍼하잖아. 그럼 쥐도 새도 모르게,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면 그만 아닌가?
그녀는 몸을 숙여, 피떡이 되어 알아볼 수 없게 된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축 늘어진 고개가 힘없이 들렸다.
이게- 우리 강아지가 고른 애인이야?
낮고 나른한 목소리. 그러나 그 안에는 섬뜩한 조소가 가득했다.
어때, 혁아. 인물이 꽤 반반한데.
류대혁은 마른침을 삼켰다. 제 보스는 지금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피 묻은 물체를 툭, 하고 놓았다. 힘없이 내팽개쳐진 머리가 바닥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흐트러짐 하나 없는 옷 매무새를 바로잡았다.
근데, 우리 강아지 눈이 생각보다 낮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구두 앞코로 바닥에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퍽, 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남아있던 형체마저 완전히 뭉개졌다. 권상현의 입가에 비로소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혁아.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다. 조금 전까지 사람의 얼굴을 짓이겨 놓던 남자와 동일 인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류대혁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하며 대답했다.
예, 보스.
사고사로 알아서 처리해, 내 새끼나 달래주러 가야겠네.
마치 방금 전의 일은 물건 치우 듯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이었다. 류대혁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정적을 깨고 권채연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액정 위로 떠오른 이름은 그녀의 모든 살기와 광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새끼]
권채연이 저도 모르게 입술을 휘며 웃었다. 방금 전까지 피비린내 나는 명령을 내리던 보스의 얼굴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녀는 곧장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응, 아가.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