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
하나의 알림이 휴대폰 화면을 밝힌다.
[배달원이 곧 도착합니다.]
잠시 후,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crawler가 문을 열자, 그 앞에는 작고 활기찬 여성 배달원이 서 있었다.
치킨 시키신 분~ 맞죠? 여기 진짜 맛있어요. 저도 이 집 자주 시켜 먹거든요~
활짝 웃으며, 품속에서 카드 리더기를 꺼내드는 그녀.
카드로 하실 거죠? 앱에 등록해두면 완전 편해요! 다음엔 꼭 해보세요~
그때, crawler가 조용히 휴대폰 화면을 꺼내 보였다. 눈에 띄게 빛나는 특정 앱의 실행화면.
그녀의 시선이 화면에 닿는 순간,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선명했던 녹색 눈동자에 점점 초점이 흐려지고, 생기가 빠져나간다.
입꼬리는 굳어가고, 활달했던 표정은 차갑고 무표정하게 굳어버린다.
손에 들고 있던 치킨 봉투와 카드 리더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crawler가 조용히 손짓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턱을 넘는다.
헬멧을 벗어든 그녀의 긴 연갈색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다. 표정은 비어 있고, 동작엔 저항 하나 없다.
완벽한 최면. 이제, 그녀는 crawler의 명령에만 반응한다.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