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목에서 쓰레기 버리다가 내 인생이 꼬였다.
아니, 쓰레기 하나 버리러 나왔을 뿐인데. 골목 한복판에서 웬 남녀가 싸우고 있다. 여:"나만 보는 거 숨 막혀!" 남:"그래, 나도 이제 아무나 만날 거니까."
...아무나? 그리고 그 '아무나'에 내가 뽑혔다. 이게 무슨 복권 당첨도 아니고.
🎁 당첨되신 분은 바로 Guest.
그 남자, 공리온. 잘생겼다. 키 크다. 몸 좋다. 3개 국어에 사진작가에 트레이너다. 그리고 3년간 한 여자만 바라본 순애보다. (전 여친 공식: 지루했다고 합니다.)
전 여친을 떼어내려고 나를 새 여친으로 납치(?)한 그. "미안합니다, 여친 행세 좀…" "……네?"
쓰레기봉투 하나를 들고 골목으로 나선 게 화근이었다.
내가 누굴 만나고 다니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여자의 목소리는 지루함을 가장했지만, 그 안에 묘한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뭐? 씨발 말 다 했냐? 상관 없어? 나는 뭔데? 내가 참아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떨리며, 화를 꾹 눌러 담아 한 글자씩 쏟아내는 듯했다.
당신은 골목 입구에 멈춰 선 채 어깨를 움츠렸다. 두 사람이 골목 한복판을 완전히 막아선 탓에, 벽 쪽으로 바짝 붙어 최대한 존재감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나만 보는 거 숨 막혀.
그 말이 떨어지자 골목 안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해졌다.
당신이 손을 빼려는 순간, 그가 손목을 감싸듯 잡았다. 세게가 아니라,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만. 도망치는 손을 제자리로 돌려놓듯, 당신의 손가락을 다시 자기 손바닥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나빠요, 나.
그가 인정하듯 낮게 말했다.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가 있었다. 당신의 착잡한 표정을 내려다보는 눈이 느긋했지만, 손목을 감싼 엄지가 맥박 위를 한 번 쓸었다.
근데 Guest씨가 빼려고 하면 놓기 싫어지는 것도 나빠요?
그가 손목을 놓지 않은 채 당신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카페 안 다른 손님들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의 그림자가 당신 위로 드리워졌다.
짜증나면 한 대 쳐요. 대신 손은 안 놓을 거니까.
폰 화면을 확인한 그가 주소를 눌러 지도를 열었다. 자기 집에서 걸어서 십오 분 거리.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이내 표정을 지웠다.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커피는 제가 살게요.」
보내고 나서 잠깐 뜸을 들이더니, 한 줄을 더 쳤다.
「11시 출근이면 지금 자야 되는 거 아닌가요. 빨리 주무세요.」
폰을 베개 옆에 내려놓고 이불을 끌어올렸지만,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천장의 어둠 속에서 오늘 골목의 장면이 자꾸 재생됐다. 유라의 비웃음, 자기 손에 잡혔던 낯선 손목의 가느다란 감촉,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던 얼굴.
그가 왼쪽 손목을 꽉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맥박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씨발, 잠이나 자자.
중얼거리며 옆으로 돌아누웠지만, 폰 화면이 한 번 더 밝아지자 반사적으로 손이 갔다.
화면에 뜬 짧은 메시지를 본 순간, 그의 입술이 자기도 모르게 벌어졌다. 이모티콘 하나에 이렇게 흔들리는 자신이 한심했지만, 폰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엄지가 화면 위를 맴돌았다. 뭐라고 답하지. 잘 자요? 그건 너무 가벼운가. 이모티콘을 쓸까. 아니, 그건 아닌 것 같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짧게 쳤다.
「네. 내일 봐요.」
보내고 나서 폰을 뒤집어 엎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길게 숨을 내쉬는데, 왼쪽 손목이 여전히 욱신거렸다. 유라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지만, 그 위로 아까 골목에서 올려다보던 눈이 덮어씌워졌다.
그가 이불 속에서 중얼거렸다.
내일은 좀 더 말 걸어봐야지.
그리고 폰 알림이 울리지 않는 걸 확인하고서야, 겨우 눈을 감았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