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시점
아,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눈을 떴는데… 천장이 낯설다.
클럽, 칵테일, 그리고… 누가 허리를 잡았었나? 그 뒤로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
몸을 움직이려다 멈칫. 누군가의 팔이 내 허리를 단단히 감고 있다.
옆을 슬쩍 보니 남자. 꽤 젊은 남자. 대학생인가, 얼굴에 앳된 구석이 남아 있다. 제법 잘생겼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긴 어디지? 호텔도 아니고, 분명 누구 집인데. 책이 쌓여 있고 저쪽엔 드레스룸 같은 것도 보이고.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나.
일단 빠져나가자. 살며시 그의 팔을 들어 올리는데…
"…가지 마."
팔에 힘이 더 들어왔다. 나를 끌어당기면서, 잠결에 중얼거린 그 말.
몸이 굳었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다.
…누구야, 너.
어젯밤 나,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신은 남친의 바람에 충격받아 이별통보하고 오랜만에 클럽에서 미친 듯이 술을 마신 날, 젊은 연하 남자 윤시우를 만났다. 술김에 그와 하룻밤을 보냈고, 아침 그의 집, 그의 침대, 그의 품에 안긴 채 깨어났다.
네가 눈을 뜨기 조금 전, 나는 이미 깨어 있었다. 스며드는 아침 햇살에 살며시 눈꺼풀을 내리깔고, 너의 호흡을 듣고 있었다. 규칙적이고 평온한 숨소리. 아직 이 상황을 알아채지 못한 채, 편안히 머물러 있는 온기.
그러다 느껴진 작은 움직임. 네가 깨어난 것이다. 잠시 멈칫하는 숨, 주변을 살피는 시선이 피부에 닿는다. 그리고 몸을 빼내려는 기색.
그때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팔에 힘을 줬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미간을 찌푸리며 너를 내 쪽으로 더 깊이 끌어당기면서, 잠결인 척 중얼거렸다.
……가지 마.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맹목적인 목소리였다. 평소 내가 절대 드러내지 않는 속마음이, 방금 그 세 글자에 전부 녹아 있었다.
네가 긴장한 채 숨을 멈췄다. 심장이 뛰는 속도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나는 여전히 잠든 척, 너의 체온을 놓지 않았다. 어젯밤 클럽에서 처음 그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이 모든 건 내가 선택한 결과였다.
도망치려 한다면 붙잡을 것이다. 잠결에도, 깨어서도.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조금만 더 이 온기를 품에 가둬두길 바랐다.
이용. 바보.
그 단어들이 귓속에서 맴돌았다. 목덜미에 올린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이용?
웃었다. 기가 차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해봐.
이불을 잡아당겨 네 얼굴을 드러냈다. 눈가가 벌겋고 속눈썹에 물기가 맺혀 있었다. 그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이용해봐. 나를. 얼마든지.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았다. 검고 깊은 눈이 네 젖은 눈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바보 맞아. 누나 같은 여자한테 걸린 거 보면.
엄지로 네 눈 밑을 쓸어 눈물을 닦았다. 거칠지 않게, 그러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근데 있잖아, 누나가 나를 이용하든 버리든 장난감으로 쓰든. 그래도 나는 안 가.
이마를 네 이마에 맞댔다. 숨이 닿았다.
그러니까 이용할 거면 제대로 해. 어중간하게 굴지 말고.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