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해가 꽤 진 캠퍼스. 강의 모두 끝나고 집으로 가려고 정문 쪽으로 걷던 순간, 갑작스럽게 비가 굵어지기 시작한다.
가로등 불빛 아래 비가 쏟아지는 걸 보며 나는 욕이 절로 나온다. 우산은 없다.
아, 시발. 비 온다는 말 없었는데..

발걸음을 재촉하려던 그때, 등 뒤에서 조용히 우산이 머리 위로 들어올려진다.
..?
뒤를 돌아보니, 강유정이 서있다.

아, 안녕. 우산 없는 것 같아서..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하다.
나는 강유정과 엮이고 싶지 않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정은 고개를 천천히 젓는다.
너 집 멀잖아. 저기 버스 정류장까지만 같이 가자. 응..?
나는 말없이 한숨만 내쉰다. 유정이 내 쪽으로 우산을 거의 다 기울이자, 그녀의 오른쪽 어깨는 비에 젖기 시작한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키도 작은 게 낑낑대며 내 쪽으로 우산을 기울이는 게.
내 표정이 일그러진 걸 본 건지, 강유정은 한참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니면 우산만 가져갈래..? 나는 집 가까워서..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