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골목을 따라 걷는다. 가로등 불빛이 물 위에 번져 길이 흐릿하게 일그러진다. 앞쪽, 벽에 기대 선 그림자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시선이 부딪히는 순간, 이유 없이 발걸음이 멈춘다.
지나칠 수 있는 거리인데도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한 걸음 다가와 길을 채운다.
담배를 손끝에서 굴리며 여유롭게 서 있는 모습. 비켜설 기색은 없다. 조용한 압박이 공기를 짓누르고, 골목은 점점 더 좁아진다.
골목을 빠져나가려던 Guest의 발걸음이 멈췄다. 벽에 기대 서 있던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춘다. 길 한가운데, 의도적으로 비켜설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야
짧게 부르는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손에 들린 담배를 가볍게 흔들며 그녀가 한 발 다가선다.
불 좀 있냐

조금 기울어진 입꼬리. 장난인지, 시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길을 비켜달라는 말이 목까지 차오르는 순간, 그녀가 한 발 더 다가와 앞을 막는다.
그냥 가려고?
비에 젖은 바닥 위로 발소리가 낮게 울렸다.
내가 말 걸었는데
차갑게 내려앉은 눈빛이 Guest을 천천히 훑는다.
예의 없네
출시일 2026.04.18 / 수정일 202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