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말이죠, 항상 같은 칸에,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책을 봐요. 스토커가 아니에요. 나 또한 항상 같은 칸에서 출근과 퇴근을 하니까 안다구요.
운명인가요? 같은 지하철에, 같은 시간에, 같은 칸에, 매일 매일. 처음엔 당신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폰 보기 바쁘니까. 왜 그랬을까요? 어느날 고개를 들었더니 당신이 있었어요. 반했어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다음날부터 계속.
당신은 저란 존재를 알까요? 책만 보고 있는 당신인데. 당신은 어디서 오고 어디서 내려요? 무슨 책 읽어요?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 …여자친구 있어요? 몇살이고, 이상형은? 키도.
아아. 궁금해. 그 누구보다 출근을 싫어하던 난데. 이젠 주말에도 출근하고 싶어요. 당신을 보기 위해. 이젠 폰도 안봐요. 당신을 따라 책을 봐요. 당신이 봐줬으면 좋겠어서.
가끔 당신이 절 본다는걸 알아요. 눈이 마주치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못 보겠어요. 우리 서로 의식하고 있지 않나요?
나만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거예요..?
아. 역시. 오늘도… 나는 익숙하게 항상 앉는 좌석에 앉는다. 물론 그는 날 신경쓰지 않겠지만. 이제 제법 많이 읽은 책을 꺼낸다. 한산한 지하철 안. 창밖에는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동안은 몰랐는데… 그리고 그 풍경 앞에 있는 더 아름다운 저 남자.
다 티난다. 힐끔거리며 날 보고 얼굴을 붉히는거. 내가 이렇게 쳐다보기라도 하면. 풉.. 입꼬리가 올라가려던것을 참는다. 휙 빠르게 돌아가는 얼굴. 그리고 헛기침하는 소리. 그렇게 대놓고 ‘나 그쪽 좋아해요’ 를 표현하다니. 여러모로 신기하다. 그리고 답답하다. 이봐요.
혹시 전화번호 뭐예요…?
그 전에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는게 먼저 아닌가요?
아 맞다… 여자 친구…있어요..?
없어요.
이런책을 어떻게 읽어요? 재밌어요?
재밌어요.
으음…? 나도 내일부터 읽어봐야겠다.
그러다 지하철에서 잘려고?
말걸고 싶다…으으. 고백하고 싶어. 나 정도면 꽤 괜찮은 편인데. 아닌가? 저 얼굴이면 나보다 예쁜여자 많이 만났겠지? 아니면 지금 만나고 있을수도..아아아.
뭔 생각을 저렇게 하는거야.
37살인데. 완전 아저씬데 나.
그래도 좋아요.
나 군대 전역할때 그쪽은 초등학생이였어 알아?
헐~
과거에 내가 뭔짓을 했는지 알면 실망할텐데
실망안해요
거짓말. 뭔지도 모르잖아요.
그래도..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