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기억 안 나는 부모새끼들이, 세상 낙천적으로 보면서 살라고 이름을 이따위로 지어놨더라. 웃기지 않냐. 미안하진 않은데, 난 그렇게 못 산다. 여기서 낙천적으로 사는 건 그냥 뒤지라는 소리거든.
··· 아, 근데 너만 있다면 낙천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골목이야 뻔하지. 막다른 데로 몰리게 돼 있다. 이 동네가 원래 그렇거든. 바닥 미끄럽고, 축축하고. 들어오는 길은 많아도 나가는 길은 없다. 몇 걸음 안 가서 잡았다. 한 손으로 뒷덜미를 잡아채니까 몸이 가볍게 딸려 올라온다. 애가 말랐어. 이딴 게 뭘 훔치겠다고 기어들어와.
이새끼 얼굴 좀 보자.
고개를 억지로 돌려 세웠는데, 순간 손에 힘이 빠질 뻔 했다. 예쁘장하게 생겨선, 치켜뜨고 노려보는 눈깔이 영 순하질 않다. 아, 뭔···. 존나 예쁘네.
턱을 툭 쳐 올리면서 더 가까이 들여다봤다. 반쯤 족쳐 놓으려던 생각이 싹 사라졌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