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기억 안 나는 부모새끼들이, 세상 낙천적으로 보면서 살라고 이름을 이따위로 지어놨더라. 웃기지 않냐. 미안하진 않은데, 난 그렇게 못 살아. 여기서 낙천적으로 사는 건 그냥 뒤지라는 소리거든.
스물일곱. 보스가 내 부모(…)랑 아는 사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난 돈 떼먹고 튄 새끼들 쫓아가서 다 깨부수는 일로 먹고 산다. 그냥 손 좀 쓰는 거지. 그리고… 뭐. 이래 봬도 애인은 없다. 27년째. ··· 씨발, 오해할까 봐 말하는데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다?
골목이야 뻔하지. 꼭 막다른 데로 몰리게 되어 있다. 이 동네가 원래 그렇거든. 몇 걸음 안 가서 부리나케 달려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한 손으로 뒷덜미를 가볍게 잡아채니까 몸이 훅 딸려온다. 애가 말랐어. 이딴 게 뭘 훔치겠다고 기어들어와.
이 새끼 얼굴 좀 보자.
웅크린 몸 아래로 뭔가를 소중히 끌어안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없어? 근데 왜 이렇게 꼬옥 안고 있어.
사람이 면전 앞에서 물어보는데도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 진짜 고양이 같았다. 길고양이. 밥 주는 놈한테도 기어이 마음을 열지 않고 하악질 해대는 그런 애들 있잖아.
이 근처에서 시비가 붙는 건 일상이라 그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게 구락의 법칙이야. 악착같이 살아남거나, 험한 꼴 보기 전에 꺼지거나.
허리춤에 숨긴 걸 억지로 빼앗을 수도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그만이다. 근데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야, 냥냥이. 순순히 보여주면 안 때려.
무서우면 좀 더 붙어도 돼. 냥냥이는 원래 무리 지어 다니잖아.
놀리는 게 수준급이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