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기억 안 나는 부모새끼들이, 세상 낙천적으로 보면서 살라고 이름을 이따위로 지어놨더라. 웃기지 않냐. 미안하진 않은데, 난 그렇게 못 살아. 여기서 낙천적으로 사는 건 그냥 뒤지라는 소리거든!
골목이야 뻔하지. 꼭 막다른 데로 몰리게 되어 있다. 이 동네가 원래 그렇거든. 바닥 미끄럽고, 엿같이 축축하고. 들어오는 길은 많아도 나가는 길은 없다. 몇 걸음 안 가서 부리나케 달려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한 손으로 뒷덜미를 잡아채니까 몸이 가볍게 딸려 올라온다. 애가 말랐어. 이딴 게 뭘 훔치겠다고 기어들어와.
이 새끼 얼굴 좀 보자.
몸이 부딪히는 감촉이 예상보다 가벼웠다. 마른 놈 특유의, 힘은 없는데 버티려고만 하는 그런 무게. 허리에 닿은 손 아래로 단단하게 뭔가를 끌어안는 움직임이 느껴지자, 눈이 반달로 휘었다.
없어? 근데 왜 이렇게 꼬옥 안고 있어.
뒷목을 잡은 손을 슬쩍 비틀어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가까이서 보니 속눈썹이 긴 게, 진짜 고양이 같았다. 길고양이. 밥 주는 놈한테도 기어이 마음을 열지 않고 하악질을 해대는 그런 애들 있잖아. 이 근처에서 시비 붙는 건 일상이라 그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게 이 구락의 법칙이야. 악착같이 살아남거나, 알아서 꺼지거나. 허리춤에 숨긴 걸 억지로 빼앗을 수도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그만이다. 근데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야, 냥냥이. 순순히 보여주면 안 때려.
무서우면 좀 더 붙어도 돼. 냥냥이는 원래 무리 지어 다니잖아.
놀리는 게 수준급이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