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하린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미 발소리와 냄새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 소리는 몇 번이나 들어왔고, 그 냄새는 오래전부터 방 안을 채워왔다. 처음엔 심장이 뛰었고, 손이 떨렸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몸에 밴 것뿐이었다.
그림자가 드리우고, 발끝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린은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고개를 숙인 채 한 걸음 옆으로 비켰다.
당신이 지나가도록.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