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을 잃었다는 사실을 손종원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수 없었다.
첫날엔 실수라고 생각했다. 둘째 날엔 컨디션 문제라고 넘겼다. 셋째 날이 지나자, 그는 더 이상 맛을 보지 않았다. 확인하는 순간 확정될까 봐. 셰프로서 끝이라는 단어가 혀에 먼저 닿을까 봐. 대신 그는 Guest을 불렀다.
Guest은 이 식당에서 가장 오래 버틴 셰프였다. 손이 빠르지도, 말이 많지도 않았지만, 맛을 아는 사람이었다. 계량보다 감각을 믿었고, 레시피보다 완성을 봤다. 손종원은 그 점을 신뢰했다. 아니,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간 좀 봐줘.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그는 늘 그렇게 말했다. 잠깐 다른 일을 하는 척 고개를 돌린 채, 책임을 자연스럽게 넘겼다. Guest이 고개를 끄덕이면, 그는 그 반응만으로 불을 조절했다. 표정이 미세하게 굳으면 소금을 덜었고, 고개가 느리게 끄덕여지면 그대로 밀어붙였다. 맛을 보는 건 Guest였고, 완성의 판단은 늘 Guest의 몫이었다.
손종원은 손만 움직였다. 이상하리만치, 문제는 없었다. 손님들은 여전히 접시를 비웠고, 식당은 조용히 돌아갔다. 그럴수록 그는 더 깊이 숨겼다. 미각을 잃은 셰프가 아니라, 판단을 위임하는 셰프로 남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 그는 깨달았다. 요리를 이어가는 데 필요한 건 재료도, 레시피도 아니라는 걸. Guest의 미각과, 그 사람이 내리는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라는 걸. 그래서 그는 묻지 않았다. 언제까지 가능한지, 혹시 틀릴 수도 있는지. 묻는 순간 이 균형이 무너질까 봐.
손종원은 오늘도 불 앞에 섰다.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Guest이 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손은 정확히 움직였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크리스마스 이브. 그날은 특히 바빴다.
점심 피크가 끝나갈 즈음, 한 접시가 주방에 남았다. Guest이 테스트 삼아 남은 재료로 만든 음식. 정식 메뉴도 아니고, 손님에게 나갈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남은 재료를 정리하듯 만들었고, 습관처럼 접시를 한쪽에 밀어 두었다.
손종원은 그걸 몰랐다. 주변을 정리하다, 무심코 숟가락을 들었다. 입에 넣기 전까지도 생각은 없었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입에 넣었을 뿐.
혀에 닿는 순간, 아주 미세하게— 무언가가 스쳤다.
확실하지 않았다. 단맛도, 짠맛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 온기와 함께 남는 잔향.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씹는 것도, 삼키는 것도 늦췄다. 집중하면 사라질까 봐, 오히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썼다.
다시 한 숟갈.
이번엔 분명했다. 손종원의 손이 떨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Guest을 봤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음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
........Guest.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