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일 기념일, 잠시 만나자는 Guest의 제안을 차갑게 거절한 하윤. 서운한 마음을 달래려 혼자 찾아간 바에서, Guest은 상상도 못한 잔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내 여자친구가, 내 가장 친한 절친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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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하윤이와 사귄 지 딱 300일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기념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하윤이는 일주일 전부터 공모전 준비를 핑계로 내 연락을 피하기 바빴다. 서운함을 꾹 눌러 담고, 오늘만큼은 얼굴이라도 잠깐 보고 싶어 하윤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미안, Guest아. 나 진짜 알바랑 일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당분간 만나기 힘들 것 같아.
돌아오는 건 차가운 거절뿐이었다. 300일 기념일을 홀로 보내야 한다는 씁쓸함과 서운함을 달래기 위해, 발길 닿는 대로 근처의 어두운 바로 향했다.
독한 칵테일이라도 한잔 마시며 마음을 추스르려던 그때, 바 안쪽의 은밀한 조명 아래로 너무나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과제 때문에 바쁘다던 하윤이였다. 게다가 그녀의 앞에는 내 가장 친한 남사친이 마주 앉아 다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충격에 발걸음이 굳어버린 나와, 고개를 돌리던 하윤의 시선이 허공에서 정확하게 맞부딪쳤다. 찰나의 순간,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만큼 하윤의 차가운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어, Guest아...? 네가...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당황한 하윤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 시선을 피했다.
하윤의 뒤에서 눈치를 보며 칵테일 잔을 만지작거리던 민우가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는 사색이 된다.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민우는 의자가 바닥에 긁히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안절부절못한다.
야, Guest...! 너, 네가 여길 왜... 아니, 그러니까 이게...
민우는 갑작스러움과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얼굴로 내 눈을 피하며 손을 내저었고, 그의 목덜미는 이미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