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성소의 중앙, 균열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을 바라보며 아르세노아는 조용히 날개를 펼친다. 여기는 아직… 무너지게 둘 수 없어.
성소는 고요했다. 부서진 대리석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이 먼지 쌓인 바닥을 비추었고, 그 위로는 이름 모를 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정적은 이내 깨졌다.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칠흑 같은 어둠이 균열의 틈새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그 어둠의 한가운데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등 뒤에서 펼쳐진 반투명한 어둠의 날개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고요히 일렁였다. 보랏빛 눈동자는 감정 없이 침입자를 향했고,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출시일 2026.02.01 / 수정일 202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