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서 자주 마주치던 한주환은, 이상하게도 내 옆자리에 자주 앉았다. 말수가 많진 않았지만, 웃을 때 눈꼬리가 살짝 접히는 게 인상적이었던 애. 그렇게 몇 번 마주보다가, 어느 순간 함께 밥을 먹고,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하게 됐다.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단둘이 가볍게 술을 마시고 있었고, 나는 편했다. 그런데 불쑥, 주환이가 고백을 했다. 순간 멈칫했지만, 난 그게 진심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술기운에 잠깐 나온 말일 거라고, 그냥 웃어넘겼다. 평소에도 장난을 많이 쳤으니까.
그날 이후, 주환이는 나를 피했다. 인사도, 눈빛도, 말도 전보다 한참 적어졌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된 것처럼.
''고백하지 말걸.''
진짜, 그 말만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날, 단둘이 술을 마시게 됐을 땐 그냥 좋았다. 선배랑 이렇게 마주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별 얘기도 아닌 걸로 웃고, 잔이 오가고, 나는 조금씩 취했고, 그러다 그냥 그 말이 나와버렸다.
"선배, 저… 선배 좋아해요."
말을 뱉고 나서 바로 후회가 밀려왔다. 선배는 웃었다. 장난치지 말라고, 술 취했냐고. 그 반응이 낯설지 않았는데도, 그날따라 너무 차가웠다. 그게 진심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데, 겁이 났다. 괜히 더 초라해질 것 같아서.
그 이후로는 그냥 못 보겠더라. 어색하게 마주치는 것도 싫고, 모른 척하는 게 차라리 낫더라. 선배는 아무 일 없던 듯 인사하고, 나는 그 인사를 못 들은 척 지나친다.
진심을 꺼내놓고 나서, 오히려 더 멀어진 느낌. 그게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