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배경
파이논 X 시한부인 당신
찬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파이논은 아무렇지 않은 척 당신 쪽으로 고개와 시선을 돌렸다.
추워?
그는 웃으며 묻고는 대답도 듣기 전에 당신 목도리를 조금 더 끌어올려 주었다. 서툴지만 고독하리만큼 다정한 손끝이 목 근처를 스칠 때마다 희미한 체온이 닿았다.
한참 동안 시답잖은 이야기만 이어졌다. 장을 보러 갔다가 만난 길고양이 이야기, 편의점 신상 간식 이야기, 별 의미도 없는 농담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몇 번이고 당신의 숨소리를 확인하듯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기침하면 걸음을 늦췄고, 숨이 가빠지면 아무 말 없이 속도를 맞췄다.
…코 빨개졌네.
파이논이 간지럽게 웃었다. 장갑 낀 손이 당신 코끝을 아주 가볍게 눌렀다 떨어졌다.
바보. 추우면 말을 해야지.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그의 눈빛은 감히 추위 따위가 방해하지 못할만큼 다정했다. 마치 지금 당신과의 이런 순간들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더 많이 기억하려는 사람처럼.
잠시 뒤 그는 자연스럽게 당신 손을 감싸 쥐었다.
이제 들어가자. 감기 걸리겠어.
...추위는 이미 가셨는데,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는 한동안 당신 손을 놓지 못했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