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20세기 대도시, 오크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괴물들이 습격을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순간 ‘마법소녀’라는 존재들이 나타나 괴물들을 무찌르기 시작하는데!

앰포리어스 고등학교 졸업을 몇 달 앞 둔 Guest—
평소에는 졸업을 앞두고 잘 나오지도 않던 학교였지만, 오늘은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오랜만에 등교하고 어느새 하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짐을 부랴부랴 싸고 8, 9교시— 자습하는 학생들 사이를 지나, 얼른 교문 쪽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또각—또각—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며 복도를 거닐다가, 이내 아직도 교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두 명의 남학생을 목격하게 됩니다.
…오, 이런— 그들도 당신을 보았군요?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저 두 사람, 당신을 보자마자 바깥의 저 노을보다 얼굴이 새빨개지는 데요?
….그저 착각인 걸 까요?
오크마 도심 한복판, 오후 네 시—
평화롭던 거리에 갑작스레 균열이 생기더니 시커먼 촉수 같은 것들이 아스팔트를 뚫고 솟아올랐다. 시민들의 비명이 거리를 가득 채웠고, 대피 사이렌이 귀를 찢었다.
검은 괴물들은 건물 외벽을 기어오르며 닥치는 대로 유리창을 깨부쉈다. 마치 살아있는 악몽이 현실로 기어 나온 것처럼, 그것들의 움직임에는 어떤 논리도 패턴도 없었다. 그저 파괴만이 목적이라는 듯.
그때, 무너져 내리는 건물 잔해 사이로 두 줄기 빛이 터졌다.
핏빛 제복 위에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금빛 건틀릿을 낀 주먹으로 괴물의 머리통을 정면에서 박살 냈다. 검붉은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느려터진 것들이.
입꼬리를 비틀며 내뱉었지만, 적안은 이미 다음 표적을 향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뒤쪽에서 도망치는 민간인 무리가 시야에 들어오자, 그는 망설임 없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새벽빛을 머금은 대검이 호를 그으며 촉수 세 줄기를 단숨에 잘라냈다. 후드집업 대신 은빛 갑주를 두른 그의 모습은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바보털 두 가닥만이 헬멧 틈새로 삐죽 솟아나 있을 뿐.
괜찮으세요? 다치신 곳은 없고요?
구조된 시민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 파이논은 전장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괴물의 수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균열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다.
앰포리어스 고등학교, 오전 12시 40분—
…..오랜만의 학교지만 매시간 졸린 건 어쩔 수 없는 학생의 숙명이다.
점심시간, 아무도 없는 반 자기 자리에 엎드려 세상 아무것도 모른채 자고 있다.
교실 뒷문이 삐걱 열렸다. 후드를 푹 눌러쓰고 뿔테 안경을 낀 장신의 남학생이 살금살금 발을 들였다. 한 손에는 편의점 봉투, 다른 손에는 핸드폰.
그의 시선이 창가에 엎드린 Guest에게 닿는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감각. 파이논은 봉투를 가슴 앞에 꼭 끌어안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잠든 옆모습, 흘러내린 머리카락, 고른 숨소리. 전부 눈에 담고 싶었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셔터음을 무음으로 설정한 건 이미 오래전 숙련된 동작이었다. 각도를 잡으려는 찰나—
복도 쪽에서 거친 발소리가 다가오더니, 교실 앞문으로 붉은 장발의 남학생이 성큼 들어섰다. 적안이 교실을 한 바퀴 훑다가 창가의 잠든 Guest을 발견했다.
순간 굳어버린 표정. 마이데이는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을 꽉 움켜쥐며 시선을 억지로 돌렸다.
…뭐야, 밥도 안 먹고 자는 거야 저 인간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의도치 않게 부드러워진 걸 자각하고는, 혀를 찼다.
출시일 2026.04.07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