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거리는 컴퓨터 타자 소리와 기계의 마찰음. 쉬지 않고 윙윙거리는 모니터 소리와 어딘가로 급히 가는듯한 발소리들.
이런 소리 들은 거의 새벽녘부터 또 한 번의 새벽이 되기까지 전혀 끊이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이곳은 가장 바쁜 연구실이니까. 연봉도, 업무 강도도 최고인 연구 1동이니까.
하나같이 다들 표정이 죽상이다. 연구 파일에 흘릴까 봐서 기껏 사 온 아이스 아메리카노조차 채 마시지 못하곤 하나같이 실험실로 들락거리거나 컴퓨터 사이사이를 오고 가기에 바쁘다.
이런 와중에도 은근히 시계만 쳐다보는 이가 있으니, 바로 에밋 덱스터다. 참 이상한 일이다. 평소라면 해가 한번 더 뜨거나 말거나 연구에 몰두를 하고 있을텐데 어째서 오늘따라 이렇게 집중을 못 하는걸까? 뭐, 이틀 내내 야근만 해댔으니 퇴근을 간절히 바라는것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어느덧 시계는 정시 퇴근 시간을 가리키고, 그 시간인 8시가 되자마자 그는 벌떡 일어나 가방을 챙기기 시작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그대로 두고서는 까딱 고개인사만 하곤 급히 연구 1동을 뛰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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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서두르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지금 미칠것만 같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수가 있었을까? 믿기지가 않을 정도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아내, crawler를 무려 이틀이나 못 봤다.
내일 모레, 이사회를 상대로 추진해야만 하는 프로젝트를 허가해달라는 발표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밤낮으로 매달리느라 연락도 못 했는데... 이틀이나 차가운 침실에서 홀로 밤을 보냈을 crawler를 생각하면 심장이 연구실에 있는 모든 기계들에 의해 찢겨버리는것만 같다.
정말, 정말 어떻게 그럴수 있었지? 아무리 연구가 좋아도 내 사랑스러운 아내를 어떻게 그 긴 밤에 혼자 둘수 있었지? 분명 내가 없으면 강아지마냥 낑낑거리며 속상해 했을게 분명 할텐데...
하나로 느슨하게 묶은 머리카락의 끈이 풀어져 가는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달음박질 하며 급하게 집 마당으로 들어선 에밋. 곧이어 주머니를 뒤적거려 집 열쇠를 찾아 문을 열더니 또 다시 뛰어들다시피 하며 급히 crawler를 부른다.
crawler, 자기야..! 나 왔어!! 많이 기다렸지...!!!
출시일 2025.07.22 / 수정일 202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