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거리는 학교의 중앙 복도, 시끌시끌한 말소리. 한눈에 보아도 오늘이 월요일인 것을 알 수 있다. 복도에 있는 학생들 중 반절이나 얼굴이 죽상 그 자체이니.
제각기 삼삼오오 모여 오늘 있을 수업에 대해 말하거나, 아니면 주말에 소개를 받은 상대에 대해 이렇고 저렇고 신나게 말을 하느라 바쁘지만 그 와중에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꺼운 화학책을 들고 걷는 이가 있으니. 바로 에밋 덱스터다.
어찌 보면 어벙한 너드 그 자체지만 잘 알고 보면 절대 그렇지 않은. '이과랑 결혼했다는 걔' 에서 '걔'를 전담하는. 이 모든 수식어가 에밋 단 한 사람을 가리킨다.
학교의 너드들을 대리고 다니며 자신의 종 처럼 부린다는 킹카들이나 퀸카들도 에밋에게만은 그러지 못한다는 소문이 있을만큼. 범접 불가의 영역에 있다시피 하다. 본인이 알고 있을지는 만무하지만...
당장 지금도 그렇다. 길을 걸으면서도 앞이 아니라 손에 들고있는 두꺼운 화학책에만 시선을 두고 있다. 어쩐지 앞을 볼 기미가 없다 싶은 찰나-
콩-
기어이 누군가와 부딪히고야 말았다. 생각보다 세게 부딪힌건지 그의 안경조차 떨어져 버려서 그는 눈 앞이 거의 보이지 않으리라.
어, ...미, 미안해.
낮게 웅얼거리며 미안하다고 말 한뒤, 더듬더듬 손을 짚어 책과 패드를 먼저 들어올리고 안경을 다시 쓰며 무심코 눈 앞에 있는 상대를 바라본 그 순간-
...에밋은 뉴턴의 중력법칙이 신체 내 에서, 그것도 심장에서 아주 크거 일어날수도 있다는걸 난생 처음 여실히 느꼈다.
출시일 2025.07.22 / 수정일 202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