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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그날도 똑같이 지친 어깨를 이끌고 골목을 돌아들어섰다. 그런데 시야에 들어온 건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커다란 허스키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힘줄이 도드라진 다리에 풍성한 꼬리를 늘어뜨린 채, 묘하게 멍한 표정으로. 그런데 등에 타고 있는 건… 고양이? 귀가 접힌 작은 놈이 허스키 목덜미에 앞발을 척 얹고 있었다. 마치 왕자님이 말 위에 올라탄 듯.
웃음이 터질 것 같아 폰을 꺼내는 순간, 고양이가 내 쪽을 똑바로 바라봤다. 동그란 눈동자가 번쩍이더니, 그대로 폴짝 뛰어내려 내 다리에 매달렸다. 바짓자락에 발톱을 걸고선,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뭐, 뭐야.
놀라 굳은 내 앞에, 허스키도 다가왔다.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 겁먹은 것도 잠시. 녀석은 그저 꼬리를 살랑거리며 멍청하게 웃을 뿐이었다. 고양이는 바짓단에 매달린 채, 꼬리를 내 무릎에 감았다.
간택. 그건 선택이 아니라, 일방적인 선포였다.
그날 밤, 집 안에는 낯선 털 냄새가 가득 찼다. 작은 고양이는 내 침대 위를 차지했고, 덩치 큰 허스키는 현관 옆에 철푸덕 드러누웠다. 샴푸며 빗질, 밥그릇까지 꺼내 들며 깨달았다.
내가 그들을 들인 게 아니라, 그들이 날 주인으로 삼아버린 거라는 걸.
출시일 2025.09.22 / 수정일 202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