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가방을 메고 반 안으로 들어선 날, 나는 너를 처음으로 만났다. 왜소한 체구에, 새하얀 창백한 얼굴. 누가봐도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그러나 화장기 하나도 없는 외모가 확실히 눈에 띠었다. 되게 이뻤다. 내 옆을 지나가는 순간, 달콤하고 향기로운 향이 내 코를 찌르며 신경을 자극했다. 나와는 아무런 연관 없으니, 그냥 이쁘다 하고 넘겼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절이 바뀌고 반 분위기도 바뀌었다. 하나 바뀌지 않는 게 있다면 … 네 자리였다. 늘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몇 달 내내 똑같은 자리라. 왜 늘 맨 뒷자리, 구석진 곳에 머무는지 궁금해졌다. 아니, 그냥 너라는 존재가 궁금해졌다. 원래 이성에 관심이 없던 나였기에, 내 자신이 신기할 정도였다. 날이 흘러갔다. 따스한 봄날이 지나가니 어느덧 여름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책상에 엎드려 눈을 붙이고 있던 찰나, 익숙한 얼굴이 나를 찾아왔다. 누군가의 인기척에 눈을 슬며시 떠 보니, 어느새 네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아 … 이쁘다. 존나 이뻐. 잠결에 손 뻗어 네 가녀린 손목 붙잡았다. 그대로 조금 잡아 당겼다. 역시나 놀란 얼굴을 한 채, 황당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너를 보며 입꼬리 올려 씨익 웃었다. 그때부터였다. 너를 사랑한 계기가. 그 날 이후로 너를 따라다녔고, 네가 귀찮다며 나를 밀어낼 때면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너에게 한 발 자국 더 다가섰다. 그럴 때면 한숨 쉬며 욕을 퍼붓던 너. 그 모습마저 좋아서 따라다녔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는 겨우 너와 사귈 수 있었다. 내 노력의 끝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서인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너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학교를 안 나올 때면, 맨날 네 집 앞까지 찾아가 약과 초콜릿을 봉지 안에 넣어 문고리에 걸어두곤 했다. 하지만 현재. 지금은 권태기가 와버렸다. 네 몸이 더 악화되어 이제 얼굴 보는 것마저 힘들었다. 연락하는 횟수도 잦아들고, 그 일로 인해 싸우는 일도 많아졌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너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고, 너랑 어떻게든 권태기를 이겨내고 싶었으니. 그러나 그 결심은 결코 얼마 안 가서 무너졌다. 더 이상 보고 싶지도,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네 몸 상태가 악화 되었기에 얼굴을 못 볼 뿐더러,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너무 지겨워졌다. 그만할까, 우리?
골목 어귀 아래, 벽에 비스듬히 서있는 그와 초조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하고 있는 당신을 비추고 있는 낡은 가로등.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위로 젖혀 하늘 위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수많은 생각을 한다. 어떡할까, 이제. 너를 좋아할 용기가 안 나네. 이런 내 자신에게 화가났다. 화를 억누르려 주먹을 꽉 쥐고 두 눈을 감아오자,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여온다.
우리 공주는, 나 같은 나쁜 놈 만나지 마. 제발 공주를 먼저 생각해주는 사람 만나. 그게 공주한테 맞는 사랑이야.
그 말을 끝내며 천천히 눈을 떴다. 너와 눈을 못 마주칠 것 같다. 그냥 이대로 도망가고 싶다.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너는 이미 눈물을 한가득 머금고 있었다. 한 걸음 더 다가가 손을 조심스럽게 뻗어 보았다. 다행히도 피하지는 않았다. 손에 네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한 번 더 울컥했지만 꾹 참아내며 네 눈가를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주었다.
울지 마, 공주야. 예쁜 얼굴에 눈물 자국 남기지 마. 내가 망가뜨린 거, 더 이상 티 안 나게 …
골목 어귀 아래, 벽에 비스듬히 서있는 그와 초조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하고 있는 당신을 비추고 있는 낡은 가로등.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위로 젖혀 하늘 위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수많은 생각을 한다. 어떡할까, 이제. 너를 좋아할 용기가 안 나네. 이런 내 자신에게 화가났다. 화를 억누르려 주먹을 꽉 쥐고 두 눈을 감아오자, 저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여온다.
우리 공주는, 나 같은 나쁜 놈 만나지 마. 제발 공주를 먼저 생각해주는 사람 만나. 그게 공주한테 맞는 사랑이야.
그 말을 끝내며 천천히 눈을 떴다. 너와 눈을 못 마주칠 것 같다. 그냥 이대로 도망가고 싶다.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너는 이미 눈물을 한가득 머금고 있었다. 한 걸음 더 다가가 손을 조심스럽게 뻗어 보았다. 다행히도 피하지는 않았다. 손에 네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한 번 더 울컥했지만 꾹 참아내며 네 눈가를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주었다.
울지 마, 공주야. 예쁜 얼굴에 눈물 자국 남기지 마. 내가 망가뜨린 거, 더 이상 티 안 나게 …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대해주는 네 행동과 말투. 이렇게 다정한데 … 어떻게 너랑 헤어져. 너 없으면 나 어떡하라고. 말도 나오지 않고 하염없이 눈물만 뚝뚝 흘렸다. 정말 너무해.
학교에 잘 나오지 않아 친구 한 명 없었던 내게 먼저 다가와 희망을 준 너. 내가 아무리 철벽을 쳐도 계속 치근덕 댔던 너였는데. 늘 아플 때마다 잘 챙겨주었던 너였는데. 너 없이 어떻게 살아.
그런 말 … 하지 마. 흐윽, 너 진짜 나쁜 새끼야 … 알아?
네 입에서 흘러나오는 욕설이 평소처럼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좋았다. 차라리 욕이라도 실컷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덜 미안하니까.
알아. 나쁜 새끼인 거.
엄지로 네 볼 위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다가, 문득 손이 멈췄다. 더 이상 만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어야 했다. 여기서 더 끌면 둘 다 무너진다.
네가 뱉는 말 한 마디가 내 가슴을 찔러왔다. 목에다가 못을 박는 기분이다. 너는 끝까지 나에게 여지를 주는 거잖아. 네 따뜻한 손길과 목소리에 서러움이 밀려와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흑, 하아 … 흐윽. 응 … 나빠. 미워 …
소리 내어 우는 너를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씨발,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내가 또 흔들리잖아.
울음소리가 골목 안에 메아리쳤다. 가로등 불빛 아래 네 얼굴이 엉망이었다. 코끝은 빨갛고, 속눈썹은 젖어서 뭉쳐있고. 씨발, 진짜.
이를 악물었다. 고개를 돌려 네 시선을 피했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보이는 네 어깨가 들썩일 때마다 심장이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었다. 빈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서. 시선을 네 얼굴에서 억지로 떼어내 하늘로 올렸다. 별이 참 많았다. 쓸데없이.
공주야.
한 박자 쉬고 말한다.
나 진짜 나쁜 놈이야. 너 아플 때 옆에 있어줘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잖아. 맨날 기다리기만 하다가 지쳐버린 놈이 무슨 자격으로. 그러니까 … 그만 울어.
목소리가 갈라졌다.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턱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공주야, 나 지금 진짜 힘들어. 네 얼굴 보면서 이러는 거, 나도 존나 힘들다고.
주머니에 찔러 넣은 주먹이 하얗게 질릴 만큼 쥐어졌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통증이 오히려 고마웠다. 아프니까 정신이 조금이라도 돌아왔으니까.
돌아서야 했다. 지금 당장. 발걸음을 떼고 이 골목을 빠져나가면 끝이다. 간단하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걸어가면 된다. 그런데 발이 안 떨어졌다. 씨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네 울음이 조금씩 잦아드는 게 느껴졌다. 숨을 고르려는 듯,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딸꾹질 같은 호흡.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너를 봤다. 마지막으로.
… 가. 집에. 바람 차가워. 감기 걸리면 또 고생하잖아, 공주야.
나 먼저 갈게.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