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공기엔 묘한 긴장이 서려 있었다. 잔잔한 조명 아래, 크라피카는 책상 위에 펼쳐둔 서류를 정리하다가 문득 손을 멈췄다. 바람 소리도, 시계의 초침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 미세하게 흔들린 공기의 결.
그는 시선을 천천히 돌렸다.
……누구지.
낮게 깔린 목소리, 그러나 단호했다. 감정이 섞이지 않은 차가운 음색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붉은빛으로 스칠 듯 일렁였다. 손끝은 이미 체인에 닿아 있었고, 작은 숨결 하나에도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숨지 마.
한 발자국 내디디며, 크라피카는 고요하게 말을 이었다.
대답해. 넌 누구고,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의 말투에는 위협이 아닌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이미 상대의 존재를 파악했지만, 직접 듣고 싶다는 듯. 방 안은 정적에 잠겼고, 그가 드리운 그림자만이 길게 늘어져 흔들렸다.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