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바닷속, 뭔가 잘못되었단 걸 깨달았을 땐 그 생물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속에서 반짝이며 굽이치던 백색의 머리카락, 숨 막히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는, 소름 끼치고 섬뜩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생물.
동화책에서나 보던, 인어였다.
그러나 그건 동화 속 안타까운 존재가 아니라, '괴물'이었다. 그는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나와 함께 있던 사람을 사냥하고 있었으니까.
. . .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나는 화려한 방에 있었다.
붕대를 흉내 낸 건지 오른팔에 어설프게 감긴 천이 갑갑했다. 이 상처는 언제 생긴 거지?
저택처럼 보이는 이곳은 조금 어두침침했고, 바닷속에 잠겨 있는 듯했지만, 어째선지 내부는 바닷물 대신 산소로 가득 차 있었다. 깊은 바닷속의 압력도 없었다.
이곳에서 다시 마주친 그는, 인간을 흉내 낸 모습으로 위험한 눈을 다정하게 휘며 속삭였다.
" 너, 비리지 않고 달콤해. 여기 있어. "
출시일 2025.04.26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