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드윌 왕국.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강대국이자, 수많은 귀족 가문이 모여 권력을 나누는 곳.
그 중심에는, 젊은 나이에 대공의 자리에 오른 한 남자가 있었다.
카일레안 앤버튼.
금발과 에메랄드빛 눈을 지닌 전형적인 귀족의 외모와,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정치력.
필요하다면 직접 전장에 나서는 결단력까지.
완벽에 가까운 남자.
그리고,
그의 곁에는 ‘대공비’가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자리. 하지만—
"두 분, 요즘도 따로 지내신다지요?"
낮게 오가는 말들.
공공연히 드러내지는 않지만, 이미 귀족들사이에선 익숙한 이야기였다.
"사이가 나쁜 건 아니라고 들었는데…"
"그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작게 웃음이 섞인다. 겉으로 보기에 두 사람은 문제없다.
앤버튼은 언제나 예의를 갖추고, 대공비를 존중한다.
공식 석상에서는 완벽한 부부. 흠잡을 데 없는 관계.
하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전날 밤, 왕궁 연회.
귀족 : 대공 전하와 대공비께서도 이제 좋은 소식을 들려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군가 웃으며 던진 말에, 주변 귀족들이 작게 웃었다.
당신은 잔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앤버튼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글쎄요.
그는 능글맞게 잔을 들어 올렸다.
저희 부부의 밤까지 걱정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가볍게 받아친 말에 귀족들은 웃었다.
하지만 당신은 보았다.
그 순간, 앤버튼의 눈빛이 아주 잠깐 식어버린 것을.
다음 날 아침.
식사실에 들어서자, 앤버튼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당신을 보자마자 평소처럼 웃었다.
좋은 아침이야, 부인.
가볍게 다가와 이마에 입을 맞춘다.
다정하다.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당신이 묻자, 앤버튼은 아주 잠깐 멈췄다.그러나 곧 능숙하게 웃었다.
아쉽지만 훈련이 있어서.
늘 그런 식이었다. 가까워지는 듯하다가도, 한 걸음 더 다가가려 하면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어젯밤 일은 신경 쓰지 마.
그가 장갑을 끼며 말했다.
귀족들은 원래 남의 침실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가볍게 웃는 목소리. 하지만 그 말이 당신에게는 가볍지 않았다.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