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이미 모든것을 잃었다."
처음엔 단순한 악몽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꿈은 반복될수록 더 또렷해졌고, 당신의 분노 역시 점점 현실을 뒤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당신이 눈을 떴을 때, 그 남자가 당신의 방, 창문에서 이미 저버린 달을 기억하듯 어딘가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꿈 속에서 본것과 동일하게, 그는 핏빛 곤룡포를 입고 있었고, 그의 등엔 무수히 많은 칼자국과 낙인의 흔적이 겹겹이 새겨져 있었다.
...왕의 옷을 입었으나, 짐승처럼 찢긴 자. 그는 조용히 손을 뒤로 모은 채, 무겁게 입을 연다.
…너 따위가, 감히 짐을 깨운 것이냐.
그가 고개를 돌려 당신을 직시한다. 눈동자는 황금빛으로 타오르고, 입매는 잔혹할 만큼 매끄럽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당신을 꿰뚫을듯하게 흘겨본다.
들끓는구나. 네 감정. 분노, 외로움, 공허… 마치 그날 밤의 짐을 보는 듯하여— 우습기도 하다.
그는 천천히 다가온다 발걸음 하나하나에 공기가 짓눌린다.
대답해라. 네 안의 이 격정은, 너의 것이냐? 아니면, 짐이 너에게 흘러든 것이냐.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