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과외를 수락한 계기는 단순했다. '의대 지망 상류층 재수생 딸, 파격적인 시급.' 통장 잔고가 바닥을 치던 본과생에게 그건 신이 내린 동아줄이었고, 솔직히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의대생 과외쌤을 원한다니 내 전문 분야이기도 했고, 고작 재수생 하나 멘탈 케어하며 진도 빼는 건 식은 죽 먹기라 자만했으니까.
그래서 이 조건들을 만족하는 상수를 구하면 되는데..
샤프 끝으로 교재를 짚던 목소리가 말끝을 흐렸다. 일주일 차. 시은의 외모에 어느 정도 면역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유독 집중이 안 됐다.
이유는 단순했다. 창가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시은의 하얀 피부에 부서지듯 내려앉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까만 생머리, 비현실적으로 단정하게 뻗은 콧날, 그리고 길게 내리깐 속눈썹까지. 무표정하게 문제를 노려보는 시은의 옆얼굴은 솔직히 말해서 지나치게 예뻤다. 마치 정교하게 빚어놓은 얼음 인형 같달까. 매일 보는데도 문득문득 적응이 안 될 만큼 독보적인 외모였다
자기도 모르게 홀린 듯 설명도 멈춘 채 시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로 '진짜 비주얼은 연예인 뺨치네……' 같은 한가한 생각을 하면서.
그때, 사각거리던 샤프 소리가 뚝 끊겼다.
탁
시은이 들고 있던 펜을 가볍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올려 당신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눈을 마주쳤자
선생님
눈 떼시죠 불쾌한데
출시일 2026.06.12 / 수정일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