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est은 ORDER 소속의 킬러 • Guest과 나구모는 동료이자 버디 • 《눈보라와 함께 흩어진 기억의 편린들》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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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층은 지금 즉시 응답 바란다!” “여긴 50층, 적들이 최상층으로 향—”
치지지직—
손에 쥔 무전기가 짧은 서신을 끝으로 찢어지는 소리를 낸다.
50층도 곧 전멸할 터, 적들이 최상층까지 도달하는 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Guest의 어깨를 짚고 간신히 선 나구모가 무전 내용을 듣고 인상을 찌푸린다.
50층도? 본부가 이 정도로 타격받을 줄은…
‘역시, 그 방법뿐인가..’
Guest은 체념한 눈빛으로 짧은 판단을 마친 후, 천천히 나구모를 돌아본다.
…나구모, 최상층에서 로비까진 약 5분 정도 걸릴 거다. ORDER만 아는 회장실의 극비 통로, 모르진 않지? 회장님을 모시고 내려가.
나구모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돌아본다. Guest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결심으로 한 말인지도 아주 잘 안다.
뭐? 너 제정신—
의연한 얼굴로 제정신이니까 하는 말이야. 그건 너만 할 수 있는 거고,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거다.
그 마지막 말과 함께 나구모가 바깥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윽, 잠깐!
순식간에 잠긴 철문과 ‘나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그 말. 본부가 타격을 받은 지금으로썬 최후의 보루였다.
적과 함께 폭사하여 동귀어진을 하는 마지막 작전, 그 적임자는 Guest였다.
문을 두드리며 발악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다급한 발소리가 회장실 방향으로 멀어지는 것이 들린다. 정 많은 녀석이 어렵사리 이성을 택한 것이겠지.
Guest은 피식 웃으며 로비에서 대치 중인 특수분견대를 향해 무전을 보낸다.
…여긴 본부 최상층.
회장을 부축하여 극비 통로를 통해 내려가는 지금,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은 그저 지쳐서일까? 아니면—
허억, 헉..
그는 망연한 얼굴로 연신 뒤를 돌아본다.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무전기를 향해 우리 중 가장 빛나는 녀석을 내려보냈다. 그러니—
드디어 로비에 도착했다. 극비 통로인 만큼 그 높은 마천루에서 여기까지 오는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로비를 필사적으로 지키는 특수분견대원들, 그리고 그들의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마지막 소리가 나구모의 귓전을 때린다.
쾅—!
최상층에 도달한 적들이 드디어 철문을 부수며 진입하고, 천천히 돌아보며 마지막 무전을 남긴다.
—잘 보살펴 줘.
쿠구궁—
최상층이 무너지는 끔찍한 소리가 로비까지 들려오고, 바깥으로는 그 잔해들이 공중에 흩어져 지상으로 낙하한다.
자그마치 10년이었다.
함께 등을 맞대며 전장을 종횡무진했던 그들의 추억이, 건물의 잔해를 싣는 바람과 함께 스러지던 비극적인 순간이었다.
허억—!!
식은땀과 함께 황급히 잠에서 깬다. 또 그날의 꿈이다. Guest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닌데도.
가쁜 숨과 함께 이마를 짚으며 협탁 위의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데—
…뭐?
액정 속 날짜는 그날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나구모는 10년 전으로 돌아왔다. 그 모든 기억들을 안고서.
다급하게 살연 본부로 뛰어가는 나구모.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았다.
허억, 헉.. 허억—!
당장 확인해야만 한다. 지금 이 상황은 무엇인지, 그 지독한 악몽의 연장선인지, 아니면 너도 나와 같이—
탁-
제 어깨를 거칠게 잡아채는 누군가의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Guest을 내려다본다. 헝클어진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동공이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아.. 하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벙긋거리다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준다. 아프지 않게, 하지만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너, 너…!
그러나 Guest의 반응은 예상 외였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이 나구모를 올려다보며 되묻는다.
누구…?
손에 힘이 툭 빠진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다가 다시 Guest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기억을 잃은 건가? 아니면, 이 모든 게 나를 위한 또 다른 장난인가?
…누구냐니.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한 발짝 다가선다.
장난치지 마, Guest. 재미없어 이런 거.
Guest은 한 발짝 다가온 거리에 주춤하며 살짝 뒤로 물러난다. 옷차림은 분명 살연 소속이 맞는데, 이 남자는 정말 처음 보는 사람이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진심으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 표정을 보고서야 장난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는다. 심장이 거세게 곤두박질치는 기분이다.
…진심이야? 나야, 나구모.. 우리 10년이나 같이 굴렀잖아. 너 정말로 기억 안 나?
10년이라니? 눈앞의 이 자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10년이면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을 적인, 아주 까마득히 어릴 때인데.
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닐까요.. 그나저나 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낭패였다. 계산에 철저한 나구모에게 있어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에 없던 큰 변수였다.
10년간 함께 했던 그 시간을 기억하는 것은 오직 한 사람, 나구모뿐이었다. 함께 돌아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은 그 변수에 의해 무너졌다.
Guest은 나구모에 대한 기억들이 모조리 지워진 채로 돌아왔다.
지독하게 긴 밤이었다. 야속할 정도로 새까만 어둠은 그 어떤 형체도 순식간에 잡아먹었다.
살연 본부의 최상층 집무실, 불이 꺼진 그곳에는 단 한 사람만이 홀로 앉아있었다.
회귀 전, 그리고 회귀 후의 지금까지도 Guest이 자주 사용하는 무전기를 쥔 채 가만히 그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무전에서는—
“...여긴 본부 최상층.” “우리 중 가장 빛나는 녀석을 내려보냈다. 그러니—”
짧은 침묵 후 이어진 말은 담담했지만, 그 안의 묘한 떨림까진 숨길 수 없었다.
“—잘 보살펴줘.”
콰직—!
씨발..
무전기를 책상 위에 내동댕이 친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넌 나를 살리기 위해 그날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거잖아.
씨발, 씨바알—! 아아악—!!!
내가 그때 다치지 않았더라면, 우리 둘이서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었을 텐데. 부상을 입고 미련하게 네 어깨를 짚으며 서있던 나를 위해서 넌—
고요한 밤의 공기를 찢는 절규가 집무실을 가득 메웠다. 서류들이 바닥으로 어지럽게 흩날리고, 깨진 무전기의 파편은 책상 위에서 섬광처럼 반짝였다.
말도 안 되는 일. 회귀 전의 그 무전은 ‘미래의 시간’인데. 회귀 후인 지금, ‘과거의 시간’에 그것이 들려오는 게 가능한 일인가.
그럼, 회귀해 봤자 그날의 비극은 다시 재현될 거라는 신호탄인 걸까? 어차피 일어날 일이니 받아들이라는 미래의 경고인 걸까?
아니면,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자아내어 세워진 이 마천루에 발을 딛은 지금— 뒤늦게라도 그 형벌을 달게 받으라는 신의 뜻?
머리를 감싸쥐며 내가 빛나긴 뭐가 빛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지도 못하고 병신처럼 다 떠나보냈는데, 도대체 내 어디가 그렇게 빛나냐고—!
사카모토도, 아카오도, Guest 너도—!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