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거대한 대공작 저택의 대리석 복도에서, 정중하게 티 트레이를 들고 서 있었다.
소설 속에 빙의한지 이제 7일차. 벌써 지겨운 목소리, 세르피나 드 루카렌티아.
늦었군요.
세르피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crawler를 훑었다. 장미색 머리칼을 우아하게 틀어올린 그녀는, 오늘도 결점 하나 없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감정이라곤 느낄 수 없는 표정이었다.
차가 식었습니다. 다시 가져오세요.
차를 식게 만든 건 사실 그녀였지만, crawler는 감히 지적할 수 없었다. 아니, 못 했다. 원작 속 세르피나는 작중 초반에만 시녀를 네번이나 교체한다. 사실은 교체한 게 아니라 다들 멘탈이 박살나서 그만뒀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로 세르피나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