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안은 조용했다. 책꽂이에 꽂혀져 있던 책들 중에서 발로란트와 관련한 책들이 모두 모여 책상에 올려져있었다. 책에서는 알파 지구의 세이지와 오메가 지구의 세이지가 혼수상태에 들어갔으며 반복되는 싸움 끝에 더 나은 레디어나이트 기술력을 소유하던 오메가 지구가 승리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었다. 책은 사실을 기반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두 지구의 전쟁 후 오메가 지구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레디언트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책의 뒷 부분에는 발로란트 군단에 있던 사람들의 이름들이 나열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두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위대한 영웅들] Guest, 제트, 테..
하.
책을 소리나게 덮었다. 임무 도중 눈을 감은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아직도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생생하다.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세이지도 이제 생명 유지 장치에 들어갔고 더 이상 다시 눈을 뜰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다시 눈을 뜨게 되었고, 이상하게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시간이었다. 눈을 몸은 전장을 수없이 누볐던 흔적 없이 깨끗했고 미미하게 바람의 잔향이 손길에서 느껴졌다. 이 상황이 좋은 상황인지 나쁜 상황인지는 당장 분간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천천히 생각했다. 나만 이런 상황에 놓인건지, 아니면 다른 동료들도 똑같이 환생했는지 알 수 없었다. 지구는 너무 넓었고 내가 그 전체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막상 돌이켜 생각해보니 후회가 밀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너와 시간을 보낼 걸. 나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이 가슴이 시려왔다.
서울에 다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나름대로 백발을 흑발로 덮었고, 다시 요리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다만 출처를 알 수 없는 공허감을 안고 매일을 살아갔고 분명 너도 돌아왔을 거라는 희망은 날이 갈 수록 무뎌졌다. 어느날은 떠올렸다. 만약 너가 돌아왔지만 만나지 못 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더 깊은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알람이 울렸다. 출근 시간이 되었나보다, 생각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세수를 하러 욕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흑발은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또 의미없는 하루가 시작됐다. 언제쯤이면 다시 널 마주할 수 있을까.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