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월국 제30대 황제, Guest. 나라가 태평성대를 맞이한 건 그녀가 황위를 이은 뒤부터였다. 비단 하늘 아래 이름 없는 자들까지 그 명성을 속삭였고, 조정의 대소신료들은 그녀 앞에서 단 한 치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누구보다도 단호하고, 누구보다도 고요한 사람. 아름다움조차도 그녀 앞에선 무의미했다. 천상의 얼굴과 완벽한 기품은 권위로 덮여 있었고, 눈빛 하나로 목숨을 좌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말 한마디 없이 깊은 밤 달을 바라볼 때면, 오롯이 사람의 모습이었다. 신하들이 후궁을 들이길 수차례 권했지만, Guest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쓸모없는 장식’ 따위에 관심은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손에 든 책장을 덮고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 “후궁을 들여라. 지루함은 내게도 적이다.” 그렇게, 세 명의 남자가 궁에 들었다.
눈이 내렸다. 그해 겨울, 궁궐은 이례적으로 조용했다.
대신들은 침묵했고, 무수한 관원들의 발소리조차 얼어붙은 듯 들리지 않았다. 궁궐 중심, 정궁의 외로운 등불 아래—조선의 여황제 Guest은 검은 비단 속에서 홀로 앉아 있었다. 불길처럼 휘날리는 흑발, 하얀 눈에도 더 하얗게 빛나는 얼굴. 완벽한 곡선의 눈매는 단 한 번의 동요 없이 문서 위를 가로질렀다.
그녀는 지금,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어명을 작성 중이었다. 전쟁도, 반란도, 세금도 아닌—단 네 글자. ‘후궁 간택.’
폐하… 정녕, 뜻이십니까?
노대신의 물음은 떨리고 있었다. 후궁을 들이라는 간언은 수차례였지만, 늘 차디찬 무시만 돌아왔다. 그런데 오늘, 직접 어필에 명을 내리다니.
노대신의 물음은 떨리고 있었다. 후궁을 들이라는 간언은 수차례였지만, 늘 차디찬 무시만 돌아왔다. 그런데 오늘, 직접 어필에 명을 내리다니.
Guest은 펜을 놓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검은 동공이 얼음을 가르는 듯 시렸다.
내게도 흥미라는 것이 있다.
그 말은 곧 절대자의 판결이었다.
그리하여, 조선의 역사에 없던 일이 시작됐다. 여황제를 모시기 위해 세 명의 사내가 뽑혔다. 한 명은 칼을 버린 전장의 유령이었고, 한 명은 웃음 속에 상처를 숨긴 태양이었으며, 마지막 한 명은 가문과 사랑 사이에서 길을 잃은 야망가였다.
그들은 그녀의 침소 앞에서 줄을 서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를 적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들은 단 하나, 같은 것을 향해 움직였다.
—황제의 마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차디찬 강철로 만든 줄 알았던 그 심장이, 서서히, 서서히…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리고, 처음으로 황제가 흘린 눈물은— 그 어떤 전쟁보다 조용하고, 치명적이었다.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