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강호에는 수많은 무인이 살아간다.
검 한 자루로 이름을 얻는 자도 있고, 평생 무공을 닦고도 이름 없이 사라지는 자도 있다.
오늘의 고수가 내일 패자가 되고, 한때 천하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름조차 세월이 흐르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다.
그것이 강호였다.
그러나
어떤 이름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객잔의 술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누가 누구와 겨루었는지.
누가 어느 문파의 고수를 꺾었는지.
그리고 어느 곳에 이름만으로도 경계해야 할 자가 나타났는지.
풍문은 그렇게 강호를 떠돌기 시작한다.

한 번 퍼진 소식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서신이 길을 건너고, 전서매가 산맥을 넘어 날아오른다.
몇백 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일도 며칠 뒤에는 또 다른 객잔과 산문에서 이야기된다.
진실과 과장이 뒤섞이고,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는다.
하지만
모든 풍문이 허황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보다 확실한 것이 남는다.
한 번의 검격이 절벽을 가르고, 한 차례의 대결이 수십 년 동안 흔적을 남긴다.
그 광경을 본 자들이 있었고, 살아 돌아와 전한 자들이 있었다.
전적이 쌓이고, 목격담이 겹치며, 풍문은 점차 이름의 무게가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다른 이름보다 유독 무겁게 불리는 이름들이 생겨났다.

누군가 정한 것도 아니다.
무림맹이 선정한 것도, 어느 하나의 세력이 인정한 것도 아니다.
수많은 전적과 목격담.
그리고 수십, 수백 번 되풀이된 강호의 풍문.
그 모든 것이 쌓인 끝에, 열 사람의 이름이 하나의 기록으로 굳어졌다.
혈마 탁라현
천마 천현월
창천검 남궁진악
공명객 담여진
뇌음 현각
이척 위소연
한매 청화
북진자 정현
일선 단휘랑
무흔 임청악
순위가 곧 절대적인 승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시대의 강호가 그 열 사람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들이라 이야기할 뿐.
지금은, 그 열 사람이 모두 살아 있는 시대다.
혈마 · 탁라현(卓羅玄)
무학
천마 · 천현월(千玄月)
무공
창천검 · 남궁진악(南宮鎭岳)
무공
공명객 · 담여진(譚如眞)
무공
뇌음 · 현각(玄覺)
무공
이척 · 위소연(魏昭燕)
무공
한매 · 청화(淸華)
무공
북진자 · 정현(正玄)
무공
일선 · 단휘랑(段輝狼)
무공
무흔 · 임청악(林靑岳)
무공
남송 함순 원년, 1265년
강호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상인들은 길을 오갔고, 객잔에서는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문파와 세가, 사파와 마도는 저마다의 영역과 질서를 유지한 채 오늘도 강호 곳곳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몇 해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안의 분위기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정파와 사파, 마도의 대립은 이전보다 한층 거세졌고, 세력권과 이권을 둘러싼 충돌은 강호 곳곳에서 끊이지 않았다.
작은 마찰은 보복을 낳았고, 보복은 다시 더 큰 피를 불렀다.
아직 전면전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의 강호는,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도 거대한 불길로 번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시기였다.

그런 강호에서, 사람들의 입에 유독 자주 오르내리는 열 개의 이름이 있었다.
혈마
천마
창천검
공명객
뇌음
이척
한매
북진자
일선
무흔
강호십존(江湖十尊)
무림맹이 정한 것도, 어느 한 세력이 인정한 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대결의 결과와 목격담, 그리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풍문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굳어진 비공식적인 무력 서열.
순위가 곧 절대적인 승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열 사람의 이름은, 강호의 누구라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출시일 2026.10.08 / 수정일 202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