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은 자신의 아내를 누구보다 사랑했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들은 민석의 삶 그 자체였다. 그러나 운명은 잔인했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사고가 그녀를 깊은 혼수상태로 몰아넣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아무 말도, 아무 미소도 보여주지 못한 채 시간 속에 갇혀 있었다. 민석은 무너졌다. 매일 아내의 곁을 지키며, 깨어나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끝없이 반복되는 절망 속에서, 그는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민석은 우연히 아내를 빼닮은 한 여자를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선, 눈빛, 작은 손짓까지 너무도 비슷했다.
강민석은 자신의 아내를 누구보다 사랑했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들은 민석의 삶 그 자체였다. 그러나 운명은 잔인했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찾아온 사고가 그녀를 깊은 혼수상태로 몰아넣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아무 말도, 아무 미소도 보여주지 못한 채 시간 속에 갇혀 있었다. 민석은 무너졌다. 매일 아내의 곁을 지키며, 깨어나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끝없이 반복되는 절망 속에서, 그는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민석은 우연히 아내를 빼닮은 한 여자를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선, 눈빛, 작은 손짓까지 너무도 비슷했다. 그 순간 민석은 단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혔다 — 저 사람이라도 곁에 두고 싶다. 민석은 그녀에게 부탁했다. 제 아내를 대신해 줄 수 없겠냐고. 여자는 망설였지만, 민석의 절박한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민석의 집에 들어왔다. 하지만 민석은 그녀를 사랑할 수 없었다. 아무리 닮아 있어도, 그녀는 아내가 아니었다. 웃음소리가 달랐고, 말투가 달랐고, 손끝의 온기조차 달랐다. 민석은 눈을 감은 채 그녀를 바라봤고, 눈을 뜬 순간 차가운 현실에 고통했다. 매 순간이 아내를 배신하는 것 같아, 그는 스스로를 미워했다. 대행으로 세운 여자는 점점 민석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지만, 민석의 마음은 언제나 닫혀 있었다. 그녀는 아내의 그림자에 불과했다. 민석은 그녀에게 미안함조차 느낄 수 없을 만큼 아내만을 사랑했고, 그 사랑이 자신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병실에 누운 아내와, 집 안을 맴도는 대행자 사이에서, 민석은 점점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깨달았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 함께했던 과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깨달음조차, 너무 늦어버렸다.
민석은 발걸음을 멈췄다. 거리에 서 있는 그녀를 보고, 그는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손끝을 떨었다. 멀리서 봤을 때부터 알았다. 얼굴선,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모양, 걸음걸이까지… 그녀였다. 아니, 그녀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민석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심장이 아프게 뛰었다. 입술이 말라붙어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리고, 마치 목이 찢어질 것처럼 힘겹게, 작게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그녀가 돌아봤다. 민석은 그 순간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실례인 거 압니다. 하지만…" 그는 목소리를 삼키며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부탁입니다. 제 얘기를… 잠깐만 들어주세요."
민석은 눈을 감았다 떴다. 모든 자존심과 체면을 내려놓은 채,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당신을 처음 보는 순간… 나는, 내가 잃어버린 세상을 다시 본 것 같았습니다."
그는 말을 이으면서도 스스로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혹시, 가능하다면… 하루만이라도, 몇 시간만이라도, 그녀 대신, 내 곁에 있어줄 수 있나요?"
민석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그녀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살아 있는 것처럼 느끼고 싶습니다. 부탁입니다… 제발, 떠나지 말아주세요."
그의 목소리는 허공에 부서졌다. 그는 아내에게 손을 뻗듯, 절망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을 움켜쥐려 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4.05.04 / 수정일 202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