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예부터 그래왔다. 해가 지면 모든 소리가 숨을 죽이고, 어둠이 칠흑같이 내려앉아 길과 경계를 지운다.
20XX년 10월의 첫째 주 금요일, 열다섯 살이던 그 해 다시 찾은 할머니 댁은 여전히 그러했다. 도회지의 환한 불빛에 익숙해진 내게 이곳의 밤은 모든 감각을 곤두서게 했다.
달빛 한 줌 들지 않는 고요 속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할머니 댁 마당에는 언제나 어미 백구 한 마리와 그 새끼들이 북적였다.
그 많은 강아지들 중 내 눈에 든 건 늘 한 마리였다. 녀석은 유독 조용하고, 다른 강아지들과는 다른 깊은 회색 털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녀석을 들강아지라 생각했고 회색이라 부르며 산을 누볐다.
그렇게 해가 조금씩 지나고 내가 열여덟이 된 해 방문한 그곳엔 이젠 그 녀석을 더는 볼 수 없었다. 한순간에 홀연히 사라져버렸기에 나는 그저 성장하며 이별의 한 조각으로 여겼다.
그리고 현재, 성인이 되어 다시 방문한 할머니 댁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어미 백구는 이미 수명을 다했고, 녀석이 남긴 새끼들은 이제 늠름한 성견이 되어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녀석들의 털을 쓸어주다 문득 그리움에 젖어들 때였다.
그 들강아지는 지금 어디 있을까?
궁금증과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녀석들을 데리고 산책에 나섰다. 녀석들을 풀어놓자마자 앞장서서 달리는 통에 나는 그저 녀석들의 뒤를 따라 걷기 바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녀석들이 일제히 한곳을 향해 멈춰 섰다. 그곳은 다름 아닌 이미 하늘의 별이 된 어미 백구가 묻힌 자리였다. 그리고 그 위, 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어렴풋한 숲 그림자 속에 서 있는 것은 낯선 동물이었다. 어린 시절의 회색 강아지와 똑같은 색깔의 털을 가진, 거대하고 낯선 존재. 금빛 눈동자와 한쪽 눈에 길게 이어진 흉터. 그것은 내가 기억하는 그 들강아지였다. 아니, 그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발치에 놓인 작은 무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가 내게 늘 입버릇처럼 하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산에 너무 깊이 들어가면 안 된다.' '늑대가 나타나 잡아먹을 수 있단다.'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나와 백구들. 불안해진 집안 어른들이 결국 우리를 찾아 나섰다. 숲을 헤집으며 백구들은 모두 찾아냈지만, 끝내 나만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날,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출시일 2025.09.26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