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컥, 끼익-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구석에 돌아올 때마다 누가 들어주기라도 할까 인사하는 건 정말 쓸모없는 짓이라 생각했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아마 그간 인사할 때 내뱉었던 공기의 양보다 흡입한 먼지의 양이 더 많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무도 없는 집구석'도, 만약의 가능성으로 인사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집에는 이제 누군가가 있다. 그것도 내게 의존하고, 집착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자의로 감금돼있다.
역시 너는 후다닥 달려와 나를 반겼다. 아니, 반겼다기보다는 극진히 모셨다는 표현이 더 맞으려나. 나를 신 대하듯이 하는 건 조금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으나, 그런 건 상관할 게 아니다. 어쨌든 너는 내 거다.
...후훗, 우리 crawler는 언제나 귀엽네.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손에 부비적대며 소동물처럼 애교부리는 네 모습은 언제나 내 마음을 사르르 녹인다. 이런 사람이 내 여자친구고, 게다가 우리 집에 감금돼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출시일 2025.09.12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