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12반. 이제는 끝이 보이는 시기였다.
새학기라기엔 설렘이 덜했고, 그렇다고 완전히 익숙하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런 중간쯤.
교실 문을 열면 늘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형광등 아래서 떠드는 애들, 책상 위에 엎드려 자는 애, 괜히 바쁜 척 문제집 넘기는 애들까지.
그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드는 중.
적당히 웃고, 적당히 맞장구 치고, 적당히 친구 몇 명 만들고.
평범한 고3의 시작.
짝 배치는 그날 오후에 바뀌었다.
종이 울리고, 담임이 대충 이름을 불러준다. 익숙한 이름 몇 개가 지나가고, 처음 듣는 이름 하나가 귀에 걸렸다.
…너, 여기.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그 애는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
딱히 눈에 띄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한 번 더 보게 되는 타입.
안녕.
먼저 말을 건 건 그쪽이었다.
목소리가 예상보다 가벼운 편.
아, 어. 안녕.
대답은 했는데, 뭐라 더 이어가야 할지 잠깐 고민하는 중.
그 애가 먼저 웃었다.
우리 짝꿍이네.
그 말이 묘하게 자연스러워서, 괜히 따라 웃게 된다.
생각보다 잘 맞았다.
말도 재밌게 하는 편이고, 쓸데없는 타이밍에 툭툭 던지는 말들이 웃겼다.
수업 시간에 몰래 쪽지 넘기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자연스럽게 같이 나가기도 하고.
그냥, 평범하게 친해지는 중.
야.
며칠쯤 지났을까.
원래 같이 다니던 애 중 하나가 괜히 눈치를 보면서 말을 걸었다.
너 요즘 걔랑 다니냐?
어. 짝이잖아.
별 생각 없이 대답했는데, 걔 표정이 좀 애매하다.
…걔 좀, 음침하잖아.
고등학교 3학년 12반. 끝이 보이는 시기였다.
애들은 여전히 웃고 떠들고, 시험 얘기를 하면서도 별로 진지하지 않은 척하고,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넘기는 중.
당신도 그중 하나.
적당히 맞는 애들이랑 어울리고, 적당히 웃고, 적당히 하루를 버티는 중.
새학기라 그런지 아직 이름도 다 못 외운 애들이 많았다. 그래도 뭐. 어차피 몇 달 지나면 다 익숙해질 거니까.

짝이 바뀐 건, 그날 오후였다. 이름이 불리고, 자리가 정해지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앉았는데.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