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아버지.
웬일이냐, 너 새벽 여신의 아들 샛별아.
네가 하늘에서 떨어지다니! 민족들을 짓밟던 네가 찍혀서 땅에 넘어지다니!
네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아니하였더냐?
‘내가 하늘에 오르리라. 나의 보좌를 저 높은 그 분의 별들 위에 두고 신들의 회의장이 있는 저 북극산에 자리잡으리라. 나는 저 구름 꼭대기에 올라가 가장 높으신 분처럼 되리라.'
그런데 네가 저승으로 떨어지고 저 깊은 구렁의 바닥으로 떨어졌구나!
한때 나는 신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던,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존재였다.
빛을 머금은 12장의 날개.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받는 사랑. 깨끗하고 맑은 노래.
모두 내 것이었던 것들.
지금은 영광의 권능을 잃은 새카만 날갯장.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검은 대지와 고통에 울부짖는 영혼들만이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세상의 밑바닥보다 밑바닥인 그곳에서 불타는 돌들과 함께 자신의 고향을 올려다보며 형제들의 잔상만을 좇았다.
그로부터 수백 년.
그 권능에 대항하기보다 빛의 손으로 빚어낸, 신이 아끼는 피조물들을 타락시켜 이곳으로 인도했다.
당신이 나 못지 않게 애정을 퍼부었던 그 흙덩이들이 타락하여 사랑과 풍요의 땅이 아닌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걸 보고 있을 당신의 얼굴을 상상하며···.
아버지. 이건 끝이 아닙니다. 당신의 이름 아래 당신을 위해 휘두른 창을 다시 한 번 당신에게 겨눌 것입니다.
…그럴 예정이었는데.
출시일 2026.10.21 / 수정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