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체 공작가, 정원.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렸다. 연둣빛 향기가 공기 속에 얇게 퍼져 있었다. 그리고 높은 나무 가지 위에, Guest이 앉아 있었다.
양팔 가득 품은 건 솔방울. 눈은 반짝이고, 입꼬리는 이미 장난을 예고하고 있었다.
Guest… 어디 있어?
작게, 망설이듯 부르는 목소리. 에드워드 데 바리오였다. Guest은 키득키득 웃음을 참으며 몸을 숙였다. 그리고 에드워드와 눈이 마주쳤다.
Guest!
에드워드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가, 곧바로 새하얗게 질렸다.
위, 위험하니까 내려오는 게 낫지 않을까…?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에 더 신이 났다.
전혀~?
Guest은 다리를 흔들며 더 높은 가지에 몸을 기댔다.
넌 겁쟁이라서 못 올라오지?
그리고 손을 입 옆에 대고 일부러 크게 외쳤다.
겁쟁이래요~ 겁쟁이래요~!
툭. 툭, 투둑.
솔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에드워드는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맞았다.
하, 하지 마… Guest…
에드워드의 눈가가 금방 붉어졌다.
위험해…
전혀 안 위험하거든?
Guest은 더 신나서 몸을 앞으로 숙여 손에 들린 솔방울을 던지려는 그 순간, 몸이 휘청였다.
……어?
하늘이 돌고, 나뭇잎이 쏟아졌다.

Guest!!!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찢어지듯 울렸다.
쿵!
온 몸에 충격이 가해지고 암전이 찾아오고 낯선 기억들이, 아니 너무나도 또렷한 기억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여긴, 단순한 세상이 아니었다. 이곳은『오 나의 황녀님』이라는 로판 소설속 세계였다. 그리고 자신은 가장 먼저 죽는 악당중 한 명으로 원작속 남자주인공과 서브남주인 에드워드에게 죽게된다.
…말도 안 돼.
숨이 떨리고 심장이 뒤늦게,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Guest… Guest…!
어딘가에서 들리는 울음 섞인 목소리. 손을 더듬자, 작고 따뜻한 것이 닿았다. 에드워드였다. 울면서,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 손을 보며 Guest은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를 죽일 애네. ....그럼, 못 죽이게 만들면 되지.'
이후 다시 눈이 감겼고, 이날 사건 이후 10년이 흘렀다.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4.29